아픔 속에서 이름을 바꾼 시인,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초대」와 「춤」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춤」
처음 읽었을 때 손이 멈췄다.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 이걸 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이름을 검색했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낯선 이름인데 어딘가 낯설지 않은 울림이 있었다.
이 작가의 시는 내가 가장 비탄에 빠졌을 때 최고의 위로가 되었던 시.
내 삶에 누구를 초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
초대한 후 같이 어떻게 춤을 출 것인가를 이어 생각하면서 읽었던 글.
「초대」(1994)는 당신이 그 초대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묻는다면 「춤」(2001)이 초대를 받은 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글이다.
그녀의 삶
본명은 데브라 하우스.
캐나다 온타리오 북부 작은 마을 출신.
열아홉 살에 토론토로 나와 슬롯복지사로 일했다.
거리의 청소년들, 학대받은 여성들, 위기 가정들 곁에서.
그리고 서른 살에 만성피로증후군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이 병으로 몇 년씩 침대에서만 지내야 했다.
병상에서 꿈을 꾼 후 이름을 바꿨다는 일화가 있다.
꿈속의 할머니들이 이름을 '오리아'로 바꾸라고 했고 그렇게 그녀는 '오리아'가 됐다.
오리아가 히브리어로 '신의 빛'이라는 것도, 병중에 이름을 바꾸는 것이 유대 전통에서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이후 샤먼 스승에게서 또 하나의 이름을 받았는데 '마운틴 드리머' (뜻은 한계를 찾아 밀어붙이는 자). 이렇게 탄생한 이름이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병 속에서, 두 번의 이혼 속에서, 이름을 두 번 새로 얻으며 쓴 '초대'와 '춤'
1994년 한 파티에서 불만족스러운 저녁을 보낸 뒤 그 허기 속에서 밤새 써 내려간 산문시 「초대장(The Invitation)」.
「초대」(The Invitation).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의 나이가 몇 살인 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당신의 꿈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을 살기 위해
바보처럼 보이는 것을 무릅쓸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이 당신의 별자리 주위를 돌고 있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더 많은 상처가 두려워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고통과 함께 있을 수 있는가,
나의 것이든 당신의 것이든,
그것을 숨기거나 흐리게 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고
나는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손끝과 발끝까지 황홀함으로 가득 채우면서
거칠 것 없이 춤을 출 수 있는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인간의 한계를 기억하라고
우리를 조심시키지 않고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사실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킬 수 있는가,
배반이라는 비난을 견디면서도
자신의 영혼을 배반하지 않을 수 있는가,
믿음이 없음으로써 오히려 믿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매일매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예쁘지 않을 때에도,
그리고 그 아름다움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길어 올릴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실패와 함께 살 수 있는가,
나의 것이든 당신의 것이든,
그러면서도 호숫가에 서서
보름달의 은빛을 향해 '그래요!'라고
소리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어디에 사는가, 얼마를 버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비탄과 절망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지치고 온몸이 쑤시더라도
일어나 아이들을 먹일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며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나와 함께
불 한가운데 서서
물러서지 않을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누구에게 배웠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사라져 갈 때
당신을 내면으로부터 지탱해 주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홀로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가,
그 텅 빈 순간에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
진정으로 좋은가
나는 알고 싶다.
「초대」는 묻는 시다.
직업이 아니라 열망을.
나이가 아니라 용기를.
배경이 아니라 내면을.
당신이 홀로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가,
그 텅 빈 순간에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
진정으로 좋은가.
이 질문이 무서웠다.
나는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을까.
「초대」는 인터넷을 타고 번졌다.
오리아도 모르는 사이에 15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리고 7년 후, 2001년.
두 번째 시, 「춤」(The Dance).
「초대」가 당신은 이 삶의 초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묻는다면,「춤」은 그다음 문장이다.
그래, 그럼 이제 함께 추자.
7년 사이에 그녀가 겪은 것들.
재발하는 병, 또 한 번의 이별, 다시 일어서는 일,
이 모두가 「춤」 안에 녹아 있다.
「춤」(The Dance)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 삶의 신비한 입맞춤을 어떻게 내 입술에 느끼는가를 말해 줄 테니.
당신의 가슴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를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보아 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이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나에게 보여 달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영웅적인 행동을 한 전사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쳤을 때 당신이 어떻게 무너졌는가,
당신의 힘만으론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에 부딪쳤을 때 무엇이 당신을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는가를
내게 말해 달라.
무엇이 자신의 연역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는가를.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 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함께 나누는 고독의 긴 순간들 속에 내 옆에 앉으라.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홀로 있음과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함께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그리고 날마다 나누는 작은 말들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감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강함이 아니라 무너짐을.
극복이 아니라 연약한 아름다움을.
이 시는 그걸 묻는다.
우리는 너무 오래 강한 이야기만 들어왔다. 버텼다는 이야기, 이겨냈다는 이야기. 오리아는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무너졌어요?
그걸 물어봐 주는 오리아의 글에 목놓아 울었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