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우는 얼굴을 아무도 볼 수 없게》

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by유주애

카페 밖으로 나온 나는 숨을 고르며 핸드폰을 꺼냈다. 휴대폰 기사를 찾아본다. 기사들마다 하나 같이 '기'씨로 이름이 정정되어 있다. 샤이닝그룹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기사도 많았다.


'아냐... 안 돼...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 간다고...?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전화번호부에서 기다림 코치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누른다. 오늘따라 통화연결음이 나의 심장 소리처럼 느껴진다.


'받아... 받아줘요... 제발 받아... 받으라고....!!'


이상하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메말라 있다. 심장박동만이 비정상적으로 뛰고 있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허겁지겁 따라 나온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황민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슨 일이야... 수아야? 무슨 일 있는 거지...?" 걱정스러운 목소리.


그때.


수화연결음이 끊기고.


[여보세요.]


이전과는 달리 낮고 침울한 목소리지만, 그토록 원했던 그 목소리.


기다림 코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뭐예요.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예요. 저는 어떻게 되신 줄 알고... 놀라서....."


[기사... 보고 전화한 거지?]


"네. 보셨어요 기사?"


[어... 미안해. 며칠 동안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여행을 좀 다녀온다는 게....]


"이젠 좀 괜찮고요?"


[..... 모르겠어.]


".... 잠깐 만나요. 만나서 이야기해요."


[안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제 안 좋은 모습 다 보시고서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그가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게. 한수아 이상한 모습.... 아마 내가 제일 많이 봤을 걸?]


"지금 어디예요? 제가 갈게요."


"수아야. 너 면접은?"


곁에서 듣고 있던 황민현이, 혹시나 내가 면접을 두고 사라질까 봐 다급하게 묻는다. '너에게 중요한 면접이 있다는 걸 자각해 줘.'라는 의미였다.


"오빠. 제가 아까 말했던... 사라졌다던 그 사람이에요."


"... 그래. 그 사람이 돌아와서... 수아가 많이... 기뻤구나." 황민현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면접.... 미룰 수는 없겠죠? 당일 아침에... 너무... 갑작스럽겠죠?"


"어.. 좀... 갑작스럽기는 한데.... 수아가 그렇게 급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잘 설득을 해 볼게... 화 안 나시게...."


"죄송해요...."


[아니야. 지금은 만날 수 없어.]


수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요? 얼굴 보고... 얘기해요. 제가... 갈게요. 혹시 제가 스케줄 미루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땅이 꺼질 듯한 깊은 한숨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기사에 나온... 성이 '기'인 사람은.. 우리 형이야.]


"... 네?"


[기... 이한. 나한테 형이 한 명 있어. 그 형이.... 죽었어.]


이상하다. 분명 형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차갑고 냉정하다.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무언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다.


"아...."


[그래서... 당분간.... 어머니를 위로해드려야 할 것 같아. 내가....]


"... 알겠어요."


[한수아는... 한수아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어. 나 때문에 뭔가 바꾸려고 하지도 말고. 날 찾으려고 하지도 말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면... 다시 내가.]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침묵했다. 슬픔에 목이 메어온 것인지 아니면 생각을 하느라 그런 것인지,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알 도리가 없었다.


[내가... 다시 한수아를 찾아갈게.]


"진짜죠? 약속하신 거예요 지금."


[그래. 내가 한수아....... 남자친구 꼭 찾아주기로 약속했잖아.]


"저는... 다른 사람은 싫어요. 언제 오실 거예요? 그것도 말씀해 주세요."


[..... 그렇게 길지 않을 거야. 반드시 나타날게.]


"제가... 이제는 을지로에 없어요."


[네가 어디에 있건 찾아갈 거니까, 그건 걱정 말고.]


"네...."


"기다릴게요."


깊은 침묵이 흐르고, 이내 통화가 끊겼다.


"그 사람이랑... 만나기로 했어....?"


나의 통화를 조용히 지켜보던 황민현이 통화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아뇨. 지금은... 저를 볼 수 없대요...."


그러자 황민현은 아무 말 없이 나의 손에 따스한 장갑을 끼워주었다. 그리고 곱게 접어두었던 회색 목도리를 펼쳐 내 목에 보드랍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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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다주 대표▫소설가 | 뮤지컬 작가▫️제 10회 통일로가요제 대상 수상 작사가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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