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면접을 마치고 홀로 서점에 들렀다. 최근에 수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종이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꺼내서 다시 뉴스를 검색해 본다.
한강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샤이닝 그룹 장남 기이한(36)으로 밝혀졌다는 기사들이 초록창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복동생인 기다림, 기무라에 대한 내용도 짧게나마 적혀있다.
'정말... 힘들었겠다.....'
한 없이 밝고 당당하던 그에게 이런 복잡한 집안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 하던 일이었다.
'뭐야... 베스트셀러가 전부... 인간관계에 대한 바카라이네.....'
문득 최근 베스트셀러들에 시선이 간다.
[그런 사람 사절입니다]
[복잡한 인간관계는 딱 질색]
[내 애인의 치명적 단점]
[그 사람을 믿은 내가 바보였어]
[내가 사랑할 단 한 사람]
'나 말고도... 다들... 연애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구나.....'
"이거 완전 드라마 속 설정 아냐? 재벌 2세. 복잡한 가정사...."
내 옆에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그들 또한 기다림의 뉴스가 바카라 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넌 어때? 이런 사람이 결혼하자고 하면."
"나 기다림 유튜브 구독한 지 오래됐어~ 기다림 존잘이잖아. 거기다가 돈까지 많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어딨어?"
"이제훈 닮긴 했더라고."
"평생 그 얼굴 보면서 산다고 생각해 봐. 안 먹어도 배부르겠지."
"연애까지만 괜찮을 거 같은데. 결혼은... 현실이잖아. 난 집안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래? 난 영 앤 리치 앤 핸섬이라면... 돌싱이어도 괜찮아. 그 사람 이제 샤이닝그룹 서열 1위래. 이번에 이 사건 때문에. "
"그 사람... 기이한이라는 사람 말이야. 정말 자살한 게 맞는 걸까?"
"왜?"
"보니까 아내도 있고 애도 있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대."
"그러게. 이름처럼 좀... 기이하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녀들의 객관적 시선 또한... 무시하기 어려웠다.
'사람 자체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더니.... 이젠 집안이... 걸림돌이라니....'
"이제 우리도 20대 후반이라서 그런지... 자꾸 연애에 결혼까지 같이 생각하게 되네."
"난 비혼주의라서.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야."
'나도... 이제 20대 후반인데.....'
그때, 내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기다림으로부터다.
"여보세요...?"
[보고 싶어.]
".... 저도요."
[지금 어디야?]
".... 코엑스요. 면접을 좀 보느라고요."
[내가 그쪽으로 갈게.]
그가 온다고 하는데, 순간적으로 방금 전 여성들이 기다림의 얼굴을 알고 있던 게 떠올랐다. 그녀들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기다림이 코엑스에 나타난다면....
"아... 아녜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어디신데요?"
[나는... 지금은... 장례식장...인데. 잠깐 을지로 쪽 사무실에 들르려고 해.]
"코치님... 아니 오빠 사무실 말씀하시는 거죠?"
[.... 오빠라고 계속해 주네?]
".....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시니까요...!"
[... 원래 잘생기면 다... 오빠지.]
"네?"
[사람들이 나더러... 잘생겼다고 하더라고.]
"누가요?"
[댓글창에.]
"아.... 그런 거 읽지 마세요."
피식-웃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내 침울한 것 같더니 조금이라도 웃는 것 같아서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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