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by유주애

창문을 타고 들어와 낑낑 대며 가구를 옮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막.... 받으면 안 되지...."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전화번호부에서 황민현 오빠의 이름을 검색해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개 정도 들린 후 바로 전화가 연결되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었거나, 어쩌면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응. 수아야.]


"오빠. 이게 다 뭐예요?"


[안 그래도 지금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먼저 연락 줘서 정말 고맙다.]


"지금 저희 집에 침대랑... 소파랑... 가구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오빠가 보내신 거예요?"


[어... 부담 갖지 않았으면 해. 어제 수아네 둘째 오빠랑 만났는데 수아네 집에 소파가 없다고 해서... 혹시 괜찮으면... 그걸 받아줬으면 하고....]


"네...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어... 그게... 수아야. 엄청 비싼 게 아니고.... 그냥 우리 부모님께서 가구공장을 하시거든. 그래서 남는 가구가 있어서 보내게 되었어. 더 좋은 걸 줬어야 하는데 남는 걸 줘서 미안하다...]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남는 가구'라고 표현했지만, 누가 봐도 새 제품이었고 제법 비싸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선물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했고, 받아야 할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이걸 왜 주시는 거예요?"


[로망띠끄 합격 축하 선물이야. 이제부터 우리랑 같이 일하게 됐어. 그래서 잘 부탁한다는 뜻에서 하는 거니까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 줬으면 해.]


'굉장히 특별하고... 부담스러운데.....'


가구들의 고급스러움이 집의 정겨움과 따로 놀고 있었다. 크기도 너무 커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비좁아졌다.


"감사한데요... 진짜 이게... 저희 집이 오빠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좁아요... 그리고 왜 이러시는지...."


[수아야. 내가 왜 그러는지 궁금해?]


"......"


[내가 왜 그럴 거 같은데...?]


"네..??"


'설마.... 날 좋아해서, 우리 가족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이러시는 걸까...? 아무리 봐도 정황상 그렇게밖에 볼 수 없어....'


그때 나를 바라보는 기다림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궁금해서 긴장한 표정이었다.


"혹시 나 좀 바꿔줄 수 있을까?" 기다림이 휴대폰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도 차라리 기다림에게 휴대폰을 넘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화기에 대고


"오빠. 혹시 잠깐만 누구 좀 바꿔줘도 괜찮을까요?"


[누구? 나 어차피 지금 수아네 집 앞인데 혹시 부담스럽지만 않으면... 올라가서 얘기해도 괜찮아? 부모님들은 날 기억하시려나? 전에 수아 집 앞에 데려다주다가 종종 인사드리고는 했었는데.....]


그때, 기다림이 나의 핸드폰을 바꿔 들었다. 그리고는 차분한 어조로,


"안녕하세요. 전화하시던 중에 갑자기 죄송합니다. 제가 수아 남자친구인데요, 요즘은 회사에 합격하면 사원들에게 가구도 보내주나 봐요? 감사해서 어쩌죠. 정말 제가 대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도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모드로 전환하였다. 황민현의 목소리가 공중에 울리기 시작한다.


[네....? 수아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요? 없다고 들은 것 같은데.....]


"오해가 있으셨나 보네요. 제가, 남. 자. 친. 구. 인. 데."


하지만 이곳은 나의 부모님이 계신 집이었다.


"나 좀 바꿔주게."


[아..! 혹시 수아 아버님이신가요?]


황민현도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일단 자네도 집 근처라고 했지?"


[.... 네. 아버님. 수아네 집 근처입니다.]


"그럼 자네도 일단 오게."


* * *


두 남자가 아빠와 엄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저 둘이 매력이 다르네..."


"그러게. 민현인가 하는 저 사람은 정해인 닮지 않았냐...?"


"수아는 잘생긴 남자한테 인기가 많네."


"숙덕거리는 거 다 들리거든???!!?"


오빠들은 어느새 방관자가 되어 숙덕숙덕거리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두 사람을 부른 것은...."


"네. 아버님.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황민현이 적극적으로 대답했고, 기다림은 그 옆에 앉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민현이는 내가.... 기억이 나. 우리 수아가 재수할 때 밤에 집 앞에 데려다줬었지?"


"네. 아버님. 맞습니다."


"근데 내가 알기로는, 자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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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다주 대표▫소설가 | 뮤지컬 작가▫️제 10회 통일로가요제 대상 수상 작사가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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