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오빠 혹시... 우리 집에.... 올 수 있어요? 부담스럽죠...?]
그가 내심 거절해 주길 바라며 카지노톡을 보냈다. 그로부터 답변이 뭐라고 오는지, 온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판국이었다.
'뭐야... 왜 다들 이렇게 오버야... 부담스럽게....!!'
"수아야. 아빠도 수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기다림이란 사람이 수아 도와주느라고 목숨을 걸었던 거... 우리도 병원에서 다 봤잖니. 근데.... 고맙다고 해서 다... 사귀거나 결혼한다면.... 우리 모두가 경찰관, 소방관, 군인, 의사와 결혼해야 하지 않겠니? 아빠는... 수아가... 가시밭길로 가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날 것 같구나...."
아빠가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이내 수건을 들고 오셔서 눈물을 훔치기 시작하셨다. "아빠는.. 아빠는... 운다... 눈물이 난다...."
"아니 아빠 왜 울고 그러세요...!!"
"우리 수아가 결혼할 생각을 하니까.... 결혼식장에 손을 잡고 들어갈 생각을 하니까..... 어떻게 이렇게 이쁜 딸을.... 기다림에게 맡길 수 있을지...."
"그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고마워서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괜찮아요."
그때 '카톡'! 하고 카지노톡 답변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림으로부터였다.
[어? 수아네 집 가도 돼? 부모님이나 가족들 다 괜찮으시대? 난 좋은데?]
"오겠.... 다는데요....?"
우리는 서로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갑자기 급하게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거실을 청소했고 아빠는 화장실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으며, 오빠들은 자신의 방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침대 밑으로 숨기기 시작했다.
"아니.... 반대하시는 것처럼 하셔 놓고 왜들 이러세요...."
"그래도 손님이 온다는데 치워둬야 하지 않겠니....!!!!"
* * *
나는 1층으로 내려가서 기다림을 부른다. 그가 뒤돌아서 나를 향해 웃는다. 우리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모양이다.
'아... 미리 말을 해 줘야 하나....'
재벌 2세라고 불릴 정도로 부유하게 자란 그에게,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에 사는 게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을 '관절 운동에 좋다' '생활 속에서 운동이 된다'라며 합리화하며 살았는데.
"미안해요. 저희 집이.... 5층이라서.. 좀 많이... 올라가야 해요...."
"아냐. 수아네 집인데. 산 꼭대기에 있어도 가야지."
"산 꼭대기에 있는 건 아닙니다!!!"
"..... 응. 말이 그렇다고."
"저기 혹시... 우리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건....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러자, 기다림은 내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어떤 말을 듣건."
"....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희 부모님이 아직 오빠에 대해서 잘 모르시다 보니까.... 오해하시는 부분이 좀 있어요."
"나는 많은 오해를 받고 자랐어.... 그래서 한수아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처받지 않을 거야. 괜찮아."
그가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자 모든 걱정과 고민이 일순간 흩어진 듯했다.
* * *
"이름이.. 기다림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 흔한 소파조차 없는 거실. 소파 대신 주워온 매트리스가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다림은 나의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본명이에요?"
아빠와 엄마가 차례대로 묻는다.
"네. 본명...입니다."
"기... 씨 군요."
"응. 엄마. 동생분 이름은 기무라야."
"기... 무라....? 혹시 재일교포... 이신가요?"
"아, 아뇨. 그냥 동생 이름이 그런 오해를 종종... 받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아빠의 눈빛이 갑자기 진중하게 변했다. 경계와 의문, 걱정, 그리고 시험. 다양한 의미가 뒤섞인 눈빛이었다.
"우리 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뭐야... 이.... 8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 한 옛날 멘트는....!!'
나뿐만 아니라, 오빠들도 멍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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