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당신의 피부 속 광채 빔-클럽 로망띠끄》

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by유주애

"음... 합격이죠."





삼성역 코엑스 내부에 있는 화장품 로드샵. 클럽 로망띠끄 내부에는 다양한 향기와 매력을 지닌 꽃미남들이 모여있었다.





매장 내부 측면에는 마주 볼 수 있는 형태로 된 의자가 있었는데, 왕자보다는 공주풍에 가까운 분홍빛 디자인들이었다. 의자로부터 뻗어 나온 봉에는 예쁜 꽃덩굴이 휘감겨 천장까지 타고 오르고 있었다.





주선우는 기다림의 이력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합격'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매니저님. 다른 사람들 채용할 때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불합격시키시더니. 이 사람은 이력서도 안 보고 합격이에요?"





곁에 서 있던 황제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딴지를 걸듯 말했다.





"부매니저가 추천한 사람이기도 하고. 사실... 인지도 만으로도 큰 홍보가 될 테니까. 지금 밖에 어떤 상황인지. 안 보여?"





주선우가 매장 바깥쪽을 가리켰다. 투명한 유리창문에는 기다림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그의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듯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전에는 지금 마스크팩이 1+1이다, 클렌징밤을 3개 사면 1개 더 준다. 홍보를 해야만 사람이 오는 곳인데. 지금은 사람이 절로 바글바글 하잖아."





".... 저 사람들은 화장품을 사러 온 게 아니라, 기다림을 보러 온 거잖아요."





"기다림 보러 온 김에, 기다림이 파는 거 하나라도 더 사겠지. 안 그래?"





"제가... 오래 일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기다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나 일하실 생각이에요?"





"한 달.... 정도요."





그러자, 황제훈이 이 때다 싶은 표정으로 다시 치고 들어온다.





"것 봐요, 매니저님. 저희는 6개월 이상은 함께 할 '식구'를 뽑는 건데. 고작 한 달 하겠다고 하잖아요."





"부매니저님 생각은 어때요?"





그는 이번엔 황민현에게 질문한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저는... 제가 일하게 해 달라고... 데려온 거라서요.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우 생각은 어때?"





이번에는 차가운 인상에 마르고 과묵해 보이는 남자에게 질문한다. 지난번 면접 때도 스치듯 봤던 기억이 난다.





"전... 좋아요."





"수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은 온라인 게임동료라는 걸 인식한 탓일까. 절친이라고 해도 존경어를 쓰고 있었다.





"한 달이라도, 홍보 효과는 충분할 거 같아요." 나도 똑같이 '요'를 붙여서 답한다.





"그럼, 다수결로.... 합격인 걸로 하지."





주선우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이력서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서 단기로 채용이 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오히려 '불청객'처럼 느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기다림과 한 달 동안 같이 일할 것이란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가 제안했던 유튜브 사업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그가 나의 고용주가 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도 나도 같은 직군으로 일하게 되는 것이다.





'황제훈은.... 본인이 기다림에게 입힌 피해는 생각도 못 하는 건가.....'





황제훈은 기다림을 노골적으로 노려보았다. 기다림도 그런 그의 시선을 의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똑같이 노려보는 대신... 그 누구보다도 차갑고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너무나 많은 화살을 맞아서... 그러한 시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한수아 씨는 오늘부터 일하게 되는 거죠?"





"네."





"제가 수아 씨 상사니까 말 놓아도 될까요."





전에 본 적 없는 주선우의 모습이었다. 딱딱하고 체계적인 느낌이 났다.





"... 네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유니폼부터 갈아입고 오세요."





"저... 그런데요." 황민현이 대화 중에 껴서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고 말했다.





"네. 부매니저님."





"저희가 여직원을 뽑은 게 이례적이다 보니까..... 여자 탈의실이 없는데요. 수아 씨가 괜찮을까 해서요...."





그는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네."





"우리 갈아입는 곳은 문도 안 잠기잖아요." 황제훈이 거들었다.





내가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말에, 기다림은 처음으로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오늘 본 표정들 중에 유일하게 심경이 불편한 듯한 표정이었다.





"제가 지키고 서 있어도 될까요." 기다림이 말했다.





"근데 이게 저희가 2교대라서, 기다림 씨랑 수아의 근무 시간대가 다를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럼 제가 문 앞에 서 있을게요." 이번에는 황민현이 기다림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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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다주 대표▫소설가 | 뮤지컬 작가▫️제 10회 통일로가요제 대상 수상 작사가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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