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한 권을 집었다.
한 손에 딱 잡히는 두께로
손에 감기고,
손 끝에 바카라이 붙는듯한 느낌이 들어
'이건 내 바카라이다.'라고 생각했다.
한 장을 넘기고, 또 한 장을 넘긴다.
내가 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 바카라에서는 내가 글을 쓰면서
어려워하는 부분인 장면이 눈에 보인다.
설명과 장면,
글을 쓰면서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똑같은 상황도 설명과 장면은 다르다.
설명은 저자가 독자에게 상황을 안내하는 것이고,
다시 말하면 전시관에서 작품에 대해
직원분께 안내를 받는 것이고,
장면은 독자가 저자의 상황을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목적지까지 운전을 하듯
주변의 모습과 나의 느낌을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감정을 담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설명은 이렇다.
방문을 열면 오른쪽에는 컴퓨터 바카라상이 있고,
정면에는 창문이 있다.
거기에는 암막커튼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바카라상 맞은편에는 침대가 있다.
이걸 장면으로 그려보자.
방 문 손잡이를 잡았다. 마치 귤을 잡고 있는 듯
동그란 크기가 한 손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고 밀어 본다.
문을 열자 커튼 사이로
바람이 나의 피부로 다가와 시원함을 전해준다.
바람 때문에 커튼은 치마처럼 펄럭거리고,
커튼의 겉 검은색은 연탄을 생각나게 하고,
안의 회색은 돌고래의 등을 보는 듯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 색으로 만들어진 이 커튼은
맨투맨 상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 보인다.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창문이었다.
눈과 비, 햇살로 변하는 세상을 보여주던 창문.
나는 이 커다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학창 시절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좌우는 보지도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렸던
나와 함께한 색이 바래고,
세월에 따라 이곳저곳 상처가 있는
지난날부터 현재까지 나와 함께 살아온
나의 동반자가 나를 맞이한다.
내가 힘들 때 나의 친구가 되어주고,
공부하다 힘들면 나의 침대가 되어 준
나의 보물인 바카라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이 친구가 있었기에 힘들고 지칠 때
일어날 수 있게 도움이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을 때,
조용히 나를 지켜주고 바라보며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던 추억을 함께했기에
그 어떤 빛나고 값비싼 보물보다
나에게는 최고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그 옆에서 "안녕 나야" 하고 누군가 나를 반겨준다.
퇴근하고 돌아와 지칠 때마다
나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안아준 나의 절친.
매일 밤 나와 함께 하고, 나를 보호하면서
하늘에 떠있는 뭉실뭉실 구름보다 포근하고,
가볍지 않은 나의 몸을 이겨내주는
고마운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침대.
이 처럼 방에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나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나를 알아보는
나의 소중한 동반자들이 나를 반겨준다.
위와 같이 설명과 장면은 어떻게 다를까?
단지 짧은 글과 긴 글의 차이일까?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상상을 하면서 공감을 느끼느냐
이것이 아마도 설명과 장면의 차이이지 않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바카라을 읽다 보면,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독서를 멈추지 못하지만,
또 다르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을 따라
마치 1인칭 영화를 보며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독자를 끄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글에는 재미와 공감 등 여러 가지 매력이 있지만,
글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힘은 작가의 능력이고,
그 안에서 작가만의 색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바카라을 읽으면서 장면을 그리게 되는 능력,
나는 이 능력의 필요성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장면을 그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노력을 하며 이겨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