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온도

by구기리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해인은 그것을 늦게 알았다. 너무 늦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또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그것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상대의 문제가 아니었고 관계의 문제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다정함의 온도. 그것을 몰랐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싸우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더 이상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일은 없었고 그냥 조용했다. 밥을 먹을 때도, 텔레비전을 볼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고 온기가 없었다. 해인은 어릴 때 그것이 정상인 줄 알았다. 부부란 원래 함께 있지만 멀리 있는 것,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향하지 않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달랐다. 친구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사소한 것들을 물었다. 오늘 어땠어, 밥 맛있어, 내일 뭐 해. 그 말들이 낯설었고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왜 아픈지는 그때 몰랐다.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가 체념인지 가르쳐 준 어른이 없었다.


첫 연애는 스물둘이었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렀다. 좋아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는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표현하는지, 상대가 상처받았을 때 어떻게 다가가는지 몰랐다. 배운 것이 없으니 본능으로 닥치는 대로 했고, 그 연애는 일 년을 버티지 못했다. 끝나고 나서 해인은 더 다정하게 할 수 있었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다정한 것인지를 몰랐다. 다정함을 받아 본 적이 없으니 줄 수도 없었다. 배운 적 없는 언어로 말하려 한 것이었다. 그 관계가 끝날 것이라고 해인은 어딘가에서 이미 의심하고 있었다. 그 불안은 관계 안에 늘 있었고, 해인이 심어 놓은 것인지 원래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불안은 오래된 버릇이었다.


두 번째 연애는 스물여섯이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하려고 했다. 더 표현하려고, 더 다가가려고. 그런데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몰랐다. 너무 많이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했고 너무 적게 연락하면 서운해했다. 그 사이 어딘가가 적당한 것이었는데 해인은 그 간격을 끝내 찾지 못했다. 상대가 말했다. 당신은 왜 항상 불안해 보여요. 해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불안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더 이상한 대답이었다. 그 연애도 적당하고 적절한 때에 끝났다. 질질 끌지 않고 감정이 남아 있을 때 끝내는 것이 어른이 하는 방식이라고 누군가 말했고, 해인은 그렇게 했다, 어른처럼. 그런데 어른답게 헤어지고 나서 왜 이렇게 오래 아픈지는 알지 못했다.


사랑이 어디서 이별이 되는지, 그 경계를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은 사랑도 이별도 없이 그냥 함께 있었고 그것이 사랑인지 체념인지 해인은 지금도 몰랐다. 첫 연애는 너무 일찍 끝났고 두 번째 연애는 너무 조심스럽게 끝났다. 어느 연애에서도 해인은 어디서 더 버텨야 하는지, 어디서 놓아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사랑하면서도 이것이 언제 끝날까를 생각했다. 다가가면서도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주면서도 너무 많이 주면 나중에 내가 텅 빌까를 생각했다. 그 생각들이 관계를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갉아먹었다.


서른이 넘어서 세 번째 연애를 했다. 상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이 다정했고 작은 것을 기억했다. 해인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무심코 흘린 말들을. 그 다정함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다.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느 날 상대가 말했다.

"당신은 왜 다가오면 물러서요."

해인은 대답했다.

"몰라서요."

"뭘요?"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를요."

상대는 잠시 해인을 바라보다가 손을 잡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잡았다. 해인은 그 온도를 느꼈다. 처음 느껴 보는 온도였다. 다정함의 온도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 말이 없어도 전해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닿는.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참았다. 왜 눈물이 나는지는 알았다. 너무 늦게 느끼는 것이어서, 이것을 어릴 때 배웠더라면, 처음 연애할 때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연애가 얼마나 갈지 해인은 알지 못했다. 여전히 불안했다. 오래된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었다. 불안할 때 혼자 삭이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섭다고, 이것이 언제 끝날까 겁이 난다고. 상대는 그 말을 듣고 밀어내지 않았고 그냥 들었다. 그것이 다정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말하게 두는 것, 듣는 것, 판단하지 않는 것. 해인은 생각했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라도 배우면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지금이 처음인지도 몰랐다. 다정함을 처음 받아 보는 지금이.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가 이별인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을 몰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창밖에는 계절을 건너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해인은 상대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상대는 잠들어 있었다. 조용한 숨소리, 편안한 얼굴. 부모님은 이런 밤을 보낸 적이 있었을까, 이런 온도를 느낀 적이 있었을까. 알 수 없었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언젠가는 물어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해인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다정함의 온도를 조금 더 알게 되면. 빗소리가 계속되었다. 불안이 없지는 않았지만 오늘 밤만큼은 그 불안보다 손끝의 온도가 더 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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