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 년 전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면서부터 시들해진 게 있다면 나들이, 맛집투어, 가족여행 등이다. 부지런히 콘텐츠를 생산해 내던 블로그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 한몫했다. 체험단을 통해 공짜로 누리는 대신 남의 것을 홍보하는 글 위주로 쓰다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쓰는 글맛을 알아버린 순간 에너지가 급격히 편향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꼭 온라인카지노 때문만은 아니다. 다시는 없을 무급 휴직 기간에 괌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인테리어의 여파로 맞이한 가계상황도 있다. 현실을 마주할수록 가끔 블로그로 잘 나갔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다시 그 정도로 하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무게가 있는데, 이제 나는 돈보다 시간이 더 무겁다고 느껴진다.
온라인카지노에 쌓인 글은 삼백 편 정도지만 글 쓰면서 보낸 시간은 측정할 수 없으니 아쉽다. 글을 쓰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꺼내 쓰고 호호 불던 시간까지 합하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까지 합치면 더더욱. 이렇게 농축된 시간들은 내게 카이로스였고, 소설을 연재하면서부터는 크로노스도 환영하게 되었다. 읽고 쓰는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니까.
온라인카지노를 하면서부터 뜸해진 게 또 있다면 블로그를 비롯한 다른 SNS 활동이다. 인스타나 페이스북, 카지노톡 프로필 사진 교체와 같은 것들이다. 유튜브도 살짝 하다가 말았는데 그건 온라인카지노를 하기도 전에 진작 나가떨어졌으니 제외한다. 온라인카지노에서는 필명으로 활동해서인지 더욱 내밀한 이야기를 글의 소재로 삼게 되는데, 그에 비해 여타 SNS에서는 죄다 지인들이 지켜보고 있어 한계가 있다. 사진 몇 장으론 내 삶을 표현하기가 더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내면의 단단함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보이는 부분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내면을 공감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가끔 생존 신고 혹은 감사 고백 형태로 나의 삶을 전시하기도 하지만, 이젠 그것을 지켜보는 나의 지인들이 나를 얼마나 알까 싶기도 하다.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무슨 바카라을 읽고 어떤 걸 느꼈는지 그런 건 하나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온라인카지노에서 글을 읽는 사람들도 내가 실제로 누구인지 모르니 크게 다르진 않겠으나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알아주는 과정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 삶에서 시들해진 모든 것들이 다 괜찮아진다.
물론 이마저 시들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삶보다 너무 멀리 나와 쓰려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삶을 담지 못하거나 닮지 못한 글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록하기도 전에 삶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삶이 무거워서 기록할 힘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오히려 글쓰기의 욕망이 더해지는 것 같다. 어느 쪽이든 해갈의 기쁨을 맛본 자는 우물 곁을 쉽게 떠날 수 없다.
온라인카지노는 내게 우물 같은 공간이다.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는 이유다. 그러나 제 아무리 온라인카지노라도 진짜 내가 쓰고 싶었던 것, 그리고 쓰면서 발견하고 싶었던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들해지는 건 내가 아닌 모든 것들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