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작년에 심심해서 쓰기 시작한 소설이 있다. 쓰다 보면 뭐가 나올까, 누가 나올까 궁금해서 덜컥 시도했던 소설을 결국 육 개월 만에 중단했다. 쓰다 보니 정말 뭐가 나오고 누가 나오긴 했는데 이들을 어디로 인도할지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동행하기에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두 달간 잊고 지냈다. 가끔 소환할 땐 이대로 잘까 말까, 이 밤의 끝을 잡을까 놓을까 고민하던 밤이었다. 숙제를 펼쳐놓거나 두꺼운 바카라을 읽다 보면 오히려 잠으로 피하는 것 같은 효과를 꾀하고자, 딱히 해결하지 않을 심산으로 눈을 감은 채 들여다보는 '척'한 셈이다.
요즘 들어 그 세계의 화면이 자꾸 켜진다. 게임 속 대기화면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캐릭터들처럼 인물들은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움직이고 싶어 한다. 그저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 의욕 없이 스틱을 까딱거리다가 결국 GAME OVER.라는 글자를 마주하면 차라리 편할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아무렇게나 끝내고 싶지 않아서 휴재를 했는데 마냥 중단하고 있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쉴 만큼 쉬었다는 뜻이려나. 타자에 손을 얹고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이야기가 이야기가 되기 위해선 이 인물들을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할까.
타자에 손을 얹고 밖을 내다본다. 하염없이 내다보다, 모니터 속 세계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글자가 쌓였다. 문장이 되었다. 문단을 채웠다. 결국 이렇게 해야만 만날 수 있단 걸 깨닫는다. 자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소설 속 인물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이지만.
끝을 보기 위해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의미 없는 '게임 오버'를 외치기 전에 응답을 위한 '오버'를 외친다. (강)건이 나와라 오버, (윤)이나 나와라 오버, (진)나영 나와라 오버, (우)영훈 나와라 오버... 받아 쓸 준비를 하고 그들을 소환한다. 물론 그들이 부를 때도 언제든 응답할 각오로.
나의 과제는 올해 안에 이 소설을 끝내는 것과, 이 소설에 어울리는 제목을 붙여주는 것이다. 목표한 200페이지를 채우기 위해선 지금 쓰고 있는 분량 기준으로 60화는 되어야겠단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온라인카지노북은 30화까지만 연재할 수 있으니 한 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온라인카지노북으로 연재를 해야 한다. 참말로 끝을 위해 시작하는 셈이다.
다만 예전처럼 '그때그때 쓰는' 연재를 계획해서는 또다시 휴재를 하고 말 것이 불 보듯 뻔하여, 적어도 원고의 50% 이상을 준비해 놓고 연재를 재개하려 한다. 절반이라도 18편이나 된다. 왜 하필 18일까... 어찌 됐건 소설은 준비된 총알이 있는 상태로 연재를 해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그러다 보니 시작도 마음대로 시작을 못할 판국이다.
재밌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재밌는 일이 내겐 소설 쓰기다. 살면서 재밌는 일도 없었을뿐더러 어려운데 재밌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을 찾은 것에 감사할 일이다. 에세이 쓰기는 재밌지만 어렵지 않았고, 소설 쓰기는 재밌고 어렵다. 어렵다는 건 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서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엔 둘 다인데 잘 쓰고 싶은 마음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서 소설을 읽게 되었을 정도다. 소설의 매력을 모르던 내가 소설만 읽고 있으니 이 또한 놀라운 변화다.
소설 연재는 처음이라서, 어떤 인물이 나오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몰라 제목조차 붙여주지 못했던 <끝말잇기 소설>이 어떤 이름을 얻게 될지 궁금하다. 이름이 생긴다면 새롭게 탄생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마침내 누구와 어디에 도착해 있을지도 궁금하다. 누구든 어디든 진심으로 동행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