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아버지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새삼스레 무슨 편지냐, 하는 말은 편지를 받아볼 아버지가 하기도 전에 내 안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께 편지를 쓴 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손글씨 자체도 어색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써야 할 것 같았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쓰기로 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선글라스와 양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다이소에 가서 편지지 두 묶음을 사 왔다. 볼펜 똥이 묻어 한 장을 버렸다. 쓰다 보니 세 장을 썼다. 쓰고 보니 이상한 문장이 보이고 띄어쓰기가 자신 없어서 온라인카지노에 옮겨 적었다. 온라인카지노는 퇴고 기능이 훌륭하다. 맞춤법 검사 후 다시 새 편지지에 옮겨 적었다. 역시 세 장이 나왔다.
동네에 우체통이 있는데 편지봉투에 붙일 우표가 없다. 다음 날 우표를 사러 회사 점심시간에 우체국엘 갔다. 딱 한 장만 사서 붙였다. 520원짜리. 편지를 부쳤다. 우체국 직원에게 편지를 넘겼다. 편지는 이제 내 손을 떠났다.
아버지가, 내 편지를 읽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무심한 딸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도 이미 상심하여 시큰둥하실까. 그렇다 해도 나는 괜찮다. 처음부터 내 마음속에 굴러다니는 돌들을 받아내려 편지봉투를 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께로 굴러가는 동안 몇 글자는 찢기고 닳더라도, 묵직한 돌멩이 하나는 아버지 집 대문 앞에 남기를 바란다. 그래서 돌 사이에 끼워 보낸 내 마음 한 자락이라도 고정해 주면 좋겠다. 날아가지 않도록. 누름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