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가 무엇에 예민해지고 어떤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지 숨김없이 드러난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는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감정과 오래된 기억이 불쑥 고개를 들곤 했다.
나 역시 부모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타인의 사소한 서툶 앞에서 왜 그토록 쉽게 평정심을 잃는지, 작은 머뭇거림에도 어째서 마음이 다급해지는지 말이다.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아이의 행동보다 내 안의 조급함이 더 큰 문제일 때도 있었다.
분명 여러 번 나갈 준비를 당부했던 아침이었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이는 침대에 앉아 바카라을 읽고 있었다. 양치도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야 할 때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했다. 몇 번이나 재촉했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 초조한 내 마음과 달리 태평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더 답답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번을 말해. 시계를 좀 보고 준비하라고 했잖아!”
날 선 목소리에 아이는 잔뜩 주눅 든 채 굳어버렸다. 어쩔 줄 몰라 멈춰 선 아이는 내 잔소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런데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야단을 들었으면 얼른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눈치만 살피는 모습에 또다시 답답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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