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삶의 여러 선택 앞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연륜이 쌓일수록 일상을 감당하는 힘도 커지고,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도 초연하게 중심을 잡는 어른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오르내리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주춤거린다. 삶의 끝을 떠올릴 때면 더욱 그렇다.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할 순간이지만, 그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떠난 뒤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쉽게 답할 수 없다.
삶의 덧없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화두가 아니었다. 두 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겪으면서 막연했던 죽음은 한층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던 순간, 언젠가 삶이 끝난다는 사실이 더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면 남편에게 내 뜻을 제대로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삶의 마지막에 관해 미리 이야기했다. 원하지 않는 연명의료를 받으며 생명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 세상을 떠난 뒤 무덤이나 납골당에 내 흔적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바람에는 오랜 시간 쌓인 경험과 기억이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 나는 가족의 뿌리를 되새기는 자리에 종종 함께했다. 어른들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겠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특별한 그리움보다는 조금 낯선 감각으로 남아 있다.
살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이 모든 관계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혈연으로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까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안의 관계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족사를 모두 꺼내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험은 가족과 관계를 바라보는 내 생각에 조금씩 쌓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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