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 사이, 나를 지키는 일

by지예

세상은 쉽게 말한다. 너 자신을 위해 용서하라고. 분노를 품고 사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며, 어른이라면 이제 미움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원망을 놓지 못하는 동안 고통받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그 친절한 충고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내 삶을 뒤흔든 상처 앞에서 ‘나를 위한 용서’라는 말은 좀처럼 와닿지 않았다. 내가 용서하는 순간,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가볍게 여기거나 다시 내 삶의 경계를 침범해도 된다고 받아들이면 어쩌나. 그 가능성을 쉽게 외면할 수 없었다.


평소의 나라면 사소한 무례나 무신경한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편이다. 가벼운 사과를 주고받거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떤 말과 행동은 쉽게 흘려보낼 수 없다.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고 자존감마저 흔들렸던 시간을 나는 기억한다.


상처를 준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살아가는데, 나는 혼자 그 일을 되짚으며 괴로워했다. 사람들은 내게 이제 그만 마음을 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을수록 상처를 준 사람보다 그 일을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더 탓하게 되었다. 상대의 잘못으로 시작된 고통이 어느새 나 자신의 미숙함을 꾸짖는 이유가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용서 앞에서 망설였던 이유를 돌아보니, 나는 용서와 화해를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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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적보다 정서 함량에 초점을 맞추는 육아인. 성향 다른 남매 사이에서 적절함을 찾는 양육인. 적당함과 게으름의 균형을 즐기는 지구인. 마음을 텍스트로 옮기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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