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반백 년에 이르는 삶을 살아오면서 누군가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으면 언제나 말문이 막히곤 했다. 훌륭한 멘토나 존경하는 어른의 발자취를 따라 성장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솔직히 내 삶에는 온전히 우러러보고 닮고 싶었던 한 사람이 없었다.
어쩌면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워하고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데 서툰 성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전무결한 한 사람을 정해 그대로 흉내 내는 것만이 어른이 되는 길은 아니다. 내게는 닮고 싶은 이상향보다 결코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 더 선명한 삶의 지표가 되어주었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울타리 안에서 깊이 새겨진 다짐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바깥사람들에게 좋은 평판과 인정을 받는 일에는 열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자식을 깎아내리며 자신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벅차고 버거웠다.
경제적인 지원은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싸주는 정서적 지지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핍은 내 안에 깊은 그늘과 두려움을 남겼다. 내가 겪었던 정서적 허기를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반면교사라는 아픈 거울은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아이의 곁을 지켜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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