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임이라는 서늘한 염치

by지예


어른이 되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통금 시간에서 벗어나고, 내가 번 돈을 쓰며,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삶을 꾸려 가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자유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자유만큼이나 많은 바카라임이 삶에 따라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선택으로 생기는 결과 역시 내 몫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바카라임은 때로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찾아온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피하고 싶어진다.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상황을 모면할 방법을 먼저 찾고, 내게 불리한 결과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서 어울려 놀던 어느 날이었다. 여러 아이가 함께 놀다가 의도치 않게 두 아이가 부딪쳤고, 한 아이가 넘어져 무릎에서 피를 흘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다른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혹시 우리 아이가 민 건 아닐까? 상대 부모가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실제로 내 아이는 가해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다가 일어난 일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상황을 정확히 알기도 전에 내 아이에게 바카라임이 있을 가능성부터 걱정했다. 다친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마음과 별개로, 내 아이가 잘못한 사람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앞섰다.


며칠 뒤에는 내 아이가 다쳤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가 시소에 큰 반동을 주는 바람에 내 아이는 시소 손잡이에 가슴을 부딪치고 떨어졌다.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에 놀라고 화가 났다. 그 순간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내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이 우선이었고, 상대 아이의 행동에 마음이 쏠렸다.


두 사건은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사고가 일어난 경위도 달랐고, 각 상황에서 살펴야 할 바카라임도 달랐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두 장면을 돌아보니 내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나는 내 아이를 중심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아이에게 바카라임이 있을까 걱정할 때는 내 아이가 불리해질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고, 내 아이가 다쳤을 때는 상대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 다른 사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자식을 우선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은 아닐 것이다. 부모라면 아이가 다쳤을 때 마음이 아프고, 아이에게 불리한 일이 생길까 걱정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 마음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가려 버릴 때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타인의 입장을 살피지 못하게 하고, 내 아이가 져야 할 바카라임마저 외면하게 한다면 사랑은 어느새 편협한 방어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때의 내 모습이 옹졸하고 경솔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를 향한 마음이 앞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때의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만으로 모든 판단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른이라면 내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마음이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하는지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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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적보다 정서 함량에 초점을 맞추는 육아인. 성향 다른 남매 사이에서 적절함을 찾는 양육인. 적당함과 게으름의 균형을 즐기는 지구인. 마음을 텍스트로 옮기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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