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삶의 부끄러움

by지예

아이 앞에서 내가 한 말을 돌아보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은 사라진 것 같아도 아이의 기억 어딘가에 남았다가 뜻밖의 순간 다시 들려온다. 그럴 때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보다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식탁에서 남편과 세상의 여러 이슈를 이야기하다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엄마도 욕을 해?!” 나는 멋쩍게 웃으며 상황을 넘겼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아이에게는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나는 쉽게 그 말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며칠 뒤 아이의 입에서 그 욕설이 나왔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들었던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 행동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이가 그 말을 어디에서 처음 접했든, 엄마도 그런 말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나였다. 아이를 나무라기 전에 내 모습을 먼저 돌아봐야 했다. 나는 아이에게 그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거친 말을 한 것을 사과했다. 다른 사람들이 쓴다고 해서 너도 그런 말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지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이의 성적보다 정서 함량에 초점을 맞추는 육아인. 성향 다른 남매 사이에서 적절함을 찾는 양육인. 적당함과 게으름의 균형을 즐기는 지구인. 마음을 텍스트로 옮기는 발행인.

36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2화너그러움의 테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