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으로만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 와 같은 질문일지도

by장주인

나는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사람들이 이렇게 살면 좋겠어, 저렇게 살면 좋겠어. 나 자신에게만 한도를 두지 않고 더 넓은 범위로 꾸는 꿈은 멋지다. 낭만 있다.


과연 이 낭만 하나만 가지고도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오늘 열정의 기름붓기 창업자인 표시형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시형 님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 성공을 맛보았지만, 코로나 이후 7억의 빚이 생길 정도의 큰 실패도 겪은 분이다. 본인께서 말씀하시기로는 약 6년 동안 한 푼도 벌지 못했다고 한다. 뼈아픈 시기를 겪으며 본인만의 답을 찾다 보니 지금은 단 2명이서 10억 매출을 내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알고 싶지 않았어도 알게 된 것들을 후배 사업가, 동료 사업가들에게 전해주셨다.


오늘 전해주셨던 모든 얘기가 하나하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느낌이었다. 몰랐다면 나도 6년, 혹은 더 긴 기간을 헤맸을지도 모를, 감사한 시간이었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때 기록해두고 싶어서 바로 정리해 본다.


1. 기획 위에 기획 쌓지 않기


제품을 기획할 때는 최소 기능으로만 해서 마케팅을 돌려가며 기획해야 한다. 피쳐(feature) 단위로 쪼개서 기획하고 검증해라. 제품 종류를 좀 많이 깔아놔야 되지 않나? 제품 하나만 파는 게 맞나? 하면서 다 준비해 놓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 제품을 마케팅 돌리고, 일단 클릭해 들어와서 결제하는지 봐라.


가설을 웬만하면 하나만 잡아라. 가설이 여러 개가 되면, 검증할 것도 곱으로 늘어난다. '가설X가설'은 '검증X 검증'해야 한다. 그러면 검증할 게 무한대로 늘어난다. 또, 검증했다고 해도 가설이 한 가지보다 많으면 잘못된 인사이트를 갖게 될 수도 있다.


2. 한 끗 차이로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라


이미 잘하고 있는 경력자를 그대로 베끼면 성공할 수 없다. 이미 그 섹터에서 경험이 많은 플레이어를 그대로 베끼면 그게 될까? 기존 플레이어가 마케팅비를 이미 몇천 태우고 있는데, 그걸 똑같이 만들면 승산이 없다. 나라면, 나만의 뾰족함을 살려서 쪼끔만이라도 더 다르게 할 것 같다.


3. 마케팅은 제품의 일부임을 이해하기


대표가 직접 마케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초기에는 마케팅을 무조건 직접 하라. 직접 고객 접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줄 알아야 한다. 고객의 언어로 내 제품을 설명하다 보면, 설명이 엉성할 때 제품의 고칠 점도 명확히 보인다.


존재하고 있는 시장에 형편없는 플레이어들로 가득하거나, 존재하는 니즈인데 상품이 없거나 둘 중 하나가 있는 영역에 진출해야 한다.


4. 오직 제품과 고객만 생각하기

링크드인 보지 마세요! AX 인사이트? 그런 거 그만 보세요.


이전에는 사주 보는 사람을 무시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왜 애착 유형 보고서나 정신 유형은 안 사지? 사주 중독자를 찾아가니, 우리 보고서는 너무 재미없게 생겼다는 피드백을 줬다.

고객을 짜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내 제품을 몰라주네 하고 고객을 교육하려 하지 말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라.


5. MVP는 대충 빠르게 만든 제품이 아니다. 작지만 정확하게 만든 제품이다.


작고 뾰족한 제품일수록 마케팅이 쉽다.

작은 제품이 디테일과 속도를 동시에 올리기도 쉽다.


6. 한 마리 토끼도 잡기 어렵다.

두 마리 토끼 잡을라 하지 마라.


7. 눈앞에 보이는 계단부터 올라가라. 자연스레 다음 계단이 보인다.

고객이 반응해 주는 usp 대로 움직이면, 고객은 그다음이 뭔지 자연스럽게 알려주신다.


8. 내가 개자식이 아니라고 해서, 내 경쟁자가 개자식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내가 가오가 있지, 난 이런 거 안 해!" 하고 있는가? 경쟁사는 한다.

우리 거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하다간 야금야금 점유율을 다 뺏긴다.


9. 개선은 PMF 검증 이후에 하는 것. 혁신하자

PMF는 아주 아주 똑똑한 사람들도 검증하기 매우 어렵다. 안될 놈을 정말 열심히 키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 PMF를 찾지 못했다는 건 느낌이 온다. 내가 매우 열심히 만든 게 좀 글러먹었다는 느낌.

근데 그럴 때 많은 창업자들이 개선하기 시작한다. 1년에 1%씩 개선하면 10년 해도 10% 개선이다.


우린 그렇게 가면 안 된다. 안될 놈은 과감히 버려라. 이 정도 했는데 이렇게 된다? 는 느낌이 왔다면, 버릴 때다. 안될 제품에 너무 목메지 마라.


10. 버티지 말고 변화하자

"나 열심히 하고 있어.

2년 동안 열심히 하면 알아줄 거야."


-> 안 알아준다.


그냥 버티면 안 된다. 버티면 정지해 있다. 안 해봤던 방법, 몰랐던 방법, 우리랑 까라가 안 맞다고 생각했던 방법 다 해봐야 한다. 끊임없이 개선해라. 될 때까지 뚫어내는 방법을 찾는 거다.


11. 운동해야 한다. 건강이 아니라 자기 효능감을 위해서. 네트워킹할 시간에 차라리 운동.


웨이트를 하면 근육이 늘고, 달리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는다. 하지만 사업은 안 그렇다.

사업은 넣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리 쏟아부었어도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안 나올 수도 있는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에서라도 찾아야 한다. 항상 자기 효능감을 채워야 한다.


12. 나보다 훌륭한데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 2명 만들기


많이도 필요 없다. 나를 항상 응원해 주는 2명만 있어도 된다.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낭만 이야기가 나왔다.


Q. 시형 님은 현재 돈기부여인가요? 표시형의 연료는 돈인지 궁금합니다.

A. 맞는 것 같다. 늘 내 나이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지만 부모는 나이가 들어있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하다 보면 당연히 돈을 벌고 싶다. 사업하면서 제일 짜증 났던 게 직원을 자를 때였다. 지금은 돈을 많이 줘서 분위기가 좋다. 대표가 돈이 없으면 조금 주고 많이 일하기를 기대한다. 그건 행복하지 않았다.


돈을 잘 벌면 충분히 주고 알아서 열심히 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팀원이 내가 의심할 여지없이 열심히 하고 있다.


돈 위에 낭만과 신뢰가 쌓이는 거다.

나는 낭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버린 시간도 많았다.라고 하셨다. 참 맞는 말이다.


그러고는 또 여러 가지 기록하고 싶은 말들을 많이 하셨다. 아래에 쭉 적어보면 이렇다.


내 강점,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제대로 정의하고, 그걸 바탕으로 시장을 찾아라.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모르면 그걸 먼저 찾아라.

생각 짧게 행동 굵게


광고는 하나에 10만 원씩 태우면 된다. 이때 결제 하나도 안 일어나면 바로 버린다.

제품 버릴 때 마음 아프지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진짜로 실제로 겪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정말 아낌없이 쏟아내 주셔서 좋았다. 이렇게 쉽게 6년간의 시행착오를 전수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나 말고도 사업/창업을 준비하며 고군분투 중인 누군가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정리해 본다.


언젠가 또 흔들릴 나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말들이다.


세상은 원래 지옥 같고, 좋은 일 생기면 그게 완전 대박 행운! 불행은 디폴트다.


그래서 낭만만 가지고 사업할 수 있냐고? 아니다. 신뢰는 같이 번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지. 돈을 못 벌면 신뢰가 쌓이지 않고, 결국 갖고 있던 낭만을 펼칠 수가 없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하이아웃풋클럽에 큰 감사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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