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sible Love, 2026
“옷이 중요해 나한테는. 옷 입는 거. 오늘 저녁에 뭐 먹을지. 그런 게 중요해.”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던 미옥(전도연)의 가치관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 그런 것들이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예지(조여정)를 집에 초대했을 때도 “자랑할 것도 없지만 감출 것도 없다”는 그는 호화로운 별장 같은 건 없더라도, 본인이 땀 흘려 일군 터전을 뿌듯해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의도와는 별개로 마당에 있는 대리석 테이블처럼 어딘가 퇴색되고 닳은 모양새다.
미옥과 호석(설경구)은 쌍용차를 탄다. 다른 이름의 회사이나 호석은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상태다.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나 미옥이 다니는 마스크 공장이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보아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지나간 시기임을 고려할 때 쌍용차의 코란도라는 모델은 다분히 의도적일 것이다. 2009년의 쌍용차 사태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일 테다. 이창동 감독님은 실제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고자 했던 적도 있다. 물론 해고 노동자의 이슈가 쌍용차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영화는 시작과 끝에 십계명의 마지막,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구절을 삽입했다. 남의 것을 탐하는 건 단순히 물건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보다 비싼 가방을 메는 타인의 삶을 탐하고, 어려서는 장래 희망란에 글로만 적었던 타인의 업을 탐하고, 타인의 육체를 탐한다. 예지의 촬영에 단순히 찍히는 대상에 불과했던 미옥은 스스로 촬영감을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 노조를 만들기에 나선다. 노조원들과 한 테이블에 앉는 장면에선 카메라에 담길 모습을 고려해 기존에 있던 꽃병을 치우기도 한다. 이런 것도 타인의 것을 탐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이, 그래서 예지가 카메라에 담는 모든 피사체는 미옥이 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별장의 관리인은 CCTV를 보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관객과 감독은 보고 있다. 탐하고 있다.
하지만 탐하고, 보는 것이 곧 아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이내 쌍용차 사태를 떠올리거나, 이미 전에 그것을 다룬 다큐 <안녕 히어로>(2016)를 봤거나, 예지의 방에 걸려 있던 영화 <세 가지 색: 블루>(1993)나 <데칼로그 10>(1989)을 이미 봤어도 <가능한 사랑>에 그것들이 쓰인 장면의 의미를 모두 다 아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앎을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내게 <가능한 사랑>은 아쉽다. 물론 이창동 감독님의 의도를 다 알 순 없지만, 대부분의 장면이 추측할 수 있는 선에서 작동한다. 곱씹을수록 적확하게 의미하고, 장면과 장치들의 의미가 잘 연결되고, 인물과 모든 영화적 요소들이 그러했다. 극 중 미옥의 말을 빌려 “소설 같은” 장면들이나 순간들이 없었다. 바카라이라는 매체의 한계 때문에 작동하는 원리가 영화에서도 그럴 필요는 없는데,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미옥과 상우(조인성)가 옷을 벗고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은 진짜 뭐지 싶었다. 스티브 잡스처럼 다른 세상의 것으로 여겨지던 것, 내내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것, 자유에 온몸을 내던지는 미옥과,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상우가 끝내 가질 수 없게 되는 미옥.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모든 게 딱딱 설명되니 오히려 사유할 공간이 없다. 그래서 아쉽다.
그래도 시의적절하게 추석 즈음에 개봉한 영화의 달은 생각날 것이다. 며칠 전 실제 봤던 달이 내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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