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she returns, 2026
단편과 장편을 포함해 어느덧 39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홍상수의 영화에 있어 반복되는 장면, 촬영 방법, 메시지 같은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건 마틴 스콜세지도, 스티븐 스필버그도, 존 포드나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 르누아르의 “감독은 평생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만 만든다. 그는 그걸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반복할 뿐이다.”라는 말처럼 그것이 응당 정상적인 현상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이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1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배정수(송선미)는 영화 개봉에 맞춰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는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차례로. 헌데 영화에 대해 어땠냐고 묻는 배우의 물음과는 별개로, 인터뷰어들은 배우가 아닌 인간 배정수에게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혼한 이유와 과정은 어땠는지, 술이나 다이어트 등 삶과 전반에 가진 생각은 어떠한지 말이다. 배우는 이내 다시 영화에 관한 질문을 해주길 요청하지만 대화의 흐름은 계속 같다. 하지만 반복한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이 영화 안의 인터뷰들도, 그간 홍상수의 영화들도 반복될지언정 똑같은 건 아니다. 익숙할 뿐이다.
세 번의 인터뷰 후에 정수는 연기 수업에 간다. 겪었던 일을 그대로 일기처럼 적고는 그걸 대본으로 삼아 다시 연기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본은 대본일 뿐이다. 그대로 연기할 필요도 없고, 즉흥적으로 무언가 바뀌어도 된다. 새롭게 드는 생각을 말해도 된다. 자기 자신의 행위를 반복해 보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오늘 오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잠깐 잠깐의 망설임, 주저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나를 완벽하게 잘 알 수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진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인터뷰어들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느냐는 말에 정수는 반복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해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자기 자신을 알 필요가 있다.
관객으로서 스크린 위에 배우가 선보이는 연기가, 대사가 진심인지 진짜인지 알 수는 없다. 세 명의 인터뷰어의 각기 다른 캐릭터 탓에 세 번의 인터뷰의 분위기는 같은 주제로 진행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인터뷰이는 정수로 고정되어 있고 역시 하는 말도 같지만,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조금씩 다른 와중 생기는 반복과 미묘한 차이에서 그 진심을, 진짜 마음을 엿볼 기회를 얻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나 자신에 대해 발견하게 되는 기회는 삶에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수가 설악산에서 포착했다는, 평생을 갖고 가겠다는 그 체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선보이는 <그녀가 돌아온 날>이라는 영화는, 송선미라는 배우는,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홍상수라는 감독은 좋은 존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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