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매대 앞, 바카라을 집어 드는 그 사람의 손
도심의 서점 한구석에 가만히 서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본 적이 있나요? 수만 권의 바카라이 뿜어내는 활자의 숲 사이로 수많은 발걸음이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보며 무심히 지나치고, 누군가는 베스트셀러 매대 앞을 서성이며 겉표지만 훑어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사람이 유독 어떤 바카라 한 권 앞에 우뚝 멈추어 섭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바카라을 집어 들고, 표지의 띠지를 읽고, 조용히 뒤표지를 돌려봅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겨 프롤로그의 몇 줄을 읽어 내려가다, 마침내 결심한 듯 그 바카라을 품에 안고 계산대로 향하죠.
저는 원고를 기획하고 다듬을 때마다 늘 이 장면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도대체 ‘누가’ 내 바카라 앞에 멈추어 서서 그 메마른 손으로 바카라을 집어 들 것인가. 그 사람의 주머니 속에는 어떤 고단함이 들어 있고, 그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는 어떤 결핍이 고여 있기에 하필 이 수많은 바카라 중에서 내 바카라에 시선을 빼앗긴 것일까.
이 질문에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그 바카라은 세상 밖으로 나와도 서점 매대의 차가운 침묵 속에 그대로 묻혀버리고 맙니다. 오늘은 내 바카라을 진짜로 사서 읽어줄 ‘단 한 명의 독자’를 아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깊은 상상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예상 독자’라는 허상에서 벗어나기
출판 기획을 시작할 때 많은 예비 작가님이 가장 손쉽게 빠져드는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 보고서에나 나올 법한 메마른 통계 숫자로 독자를 정의하는 일입니다.
"2030 여성 온라인 게임인",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3040 세대", "힐링과 위로가 필요한 현대인".
이런 단어들을 가만히 읊조려 보세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시나요? 아무런 표정도, 목소리도, 온기도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살아 숨 쉬는 인간이 아니라, 그저 마케팅 문서 속을 떠도는 차가운 기호이자 통계의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숫자로 바카라을 사지 않습니다. 독자는 자신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받기 위해, 풀리지 않는 삶의 매듭을 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즉 지극히 개인적인 결핍과 갈증 때문에 지갑을 엽니다.
수천, 수만 명의 군중을 만족시키려 애쓰는 글은 필연적으로 헐거워집니다. 모든 사람의 구미에 맞추려다 보면 문장의 날이 무뎌지고, 누구의 마음도 베지 못하는 뭉툭한 글이 되고 맙니다.
반면, 단 한 사람의 얼굴을 뚜렷이 응시하며 쓴 글은 다릅니다. 그 사람이 매일 겪는 피로의 무게, 방 안에서 남몰래 삼키는 한숨의 결까지 꿰뚫어 보고 쓴 문장은 그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날카롭고 깊숙하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놀라운 점은, 그렇게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지어 올린 문장을 보며 세상의 수많은 또 다른 이들이 "어? 이거 완전히 내 이야기잖아!" 하고 제 발로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감동하게 만든 글만이, 비로소 세상 전체를 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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