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독자 1명 구체화하기
텅 빈 광장과 찻집의 작은 모서리
출판 기획서를 검토하다 보면 ‘예상 독자층’이라는 칸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칸에 가장 자주 적혀 있는 문장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20~40대 남녀 온라인 게임인 및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성인 남녀."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아우르는 이 거대한 숫자는 언뜻 보면 잠재적 구매자가 아주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는 허공의 메아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수만 명이 모여 웅성거리는 거대한 광장 한가운데에 서서 확성기를 잡고 "여러분,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하고 외친다고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은 흘깃 쳐다볼 뿐, 저마다의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해 질 무렵 조용한 찻집 모서리에 마주 앉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단 한 사람의 눈을 깊이 바라보며 "오늘 하루, 참 많이 버거웠죠?" 하고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은 가던 숨을 멈추고 온 마음으로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바카라을 쓴다는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만인을 위한 바카라은 결국 아무도 읽지 않는 바카라이 되고 맙니다. 내 글이 심장을 관통하는 힘을 가지려면, 수천수만의 군중이 아니라 ‘오직 단 한 명의 구체적인 독자’를 마주 보아야 합니다.
오늘은 내 바카라의 첫 번째 주인이 되어줄 그 단 한 사람을 마음속에 선명하게 빚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왜 '모두'를 위한 글은 아무도 울리지 못할까
초보 작가일수록 타깃 독자를 좁히는 일에 극심한 불안을 느낍니다. 독자층을 좁히면 바카라을 사 줄 사람들의 범위가 줄어들어 판매량이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지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대상을 넓히고, 모든 이의 구미에 맞추려 문장을 둥글게 다듬습니다.
하지만 출판 시장의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가장 좁고 깊게 파고든 글만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넓은 세상의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냅니다.
많은 사람의 눈치를 보며 쓴 문장은 필연적으로 헐거워집니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에둘러 말하다 보면 글의 칼날이 무뎌지고 개성이 사라집니다. 결국 서점 매대에 꽂혀 있는 수많은 무색무취의 활자들과 다를 바 없는 바카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반면, 단 한 사람의 얼굴을 뚜렷이 떠올리며 쓴 글은 문장의 밀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사람의 나이, 그 사람이 매일 출근길에 겪는 피로감, 방 안에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의 결까지 알고 쓴 문장은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날카롭고 다정하게 폐부를 찌릅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 사람을 위해 정성껏 지어 올린 문장을 보며, 세상의 수많은 또 다른 ‘그 사람’들이 "이건 완전히 내 이야기잖아!" 하고 제 발로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좁혀야만 비로소 넓어지는 기적이 글쓰기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2. 단 한 사람의 페르소나를 세우는 4단계 스케치
그렇다면 머릿속에 흐릿한 실루엣으로 떠도는 그 '단 한 사람'을 어떻게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인물로 구체화할 수 있을까요? 막연한 상상 대신, 마치 살아 숨 쉬는 한 편의 영화 주인공을 만들듯 네 단계의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1단계 : 나이와 직업이라는 외피
먼저 그 사람의 대략적인 슬롯적 위치를 정합니다. 다만 '30대 온라인 게임인'처럼 뭉뚱그려서는 안 됩니다.
몇 살인가요? 서른둘인가요, 마흔하나인가요?
어떤 일을 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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