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두려움의 근원

by재거니

부고기사가 아니고, 사건사고기사였다.

한 스님이 서귀포시 하예동 포구에서 혼자 프리다이빙을 하다가 사망하셨다.

아니 스님이 프리다이빙을? 그것도 연세가 무려 76세?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없이 숨을 참고 하는 다이빙이다. 스노클 장비와 특별히 긴 오리발을 사용한다. 물고기처럼 아니 돌고래처럼 물속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것이다. 무거운 공기통과 무게추를 달고 하는 스쿠버 다이빙과 구별된다.


나는 몰랐지만 스님은 불교계와 민주화운동 분야(?)에서 제법 유명한 명진스님이다.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하셔서 승적을 박탈당하기도 하셨고, 이명박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셔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을 받기도 했단다. 봉은사 주지스님이기도 하셨단다.


한심한 어떤 언론은 프리다이빙의 위험성(너무 오래 숨을 참고 깊은 곳까지 잠수하면 산소부족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다.)을 부각하기도 하나, 명진스님의 장례위원회는 사망 시 착용한 장비가 프리다이빙 장비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혼자 아침 수영을 하시다가 심정지가 온 것이라고 발표했다.


76세의 스님이 다이빙 슈트를 입고, 오리발을 차고, 스노클 마스크를 하고 프리다이빙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명진스님이 얼마나 오래 프리다이빙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클로드에게 물었다.


검색해 보니 정확히 "몇 년째 프리다이빙을 했다"는 명시적인 기간은 기사에 나오지 않네요. 다만 관련 정황은 이렇습니다. 명진 스님은 최근 몇 년 동안 제주에서 프리다이빙을 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평소 수영을 즐겼고, 2021년 강릉 사천해변 인터뷰에서는 아침마다 바다에서 수영한다고 밝혔으며 한 번 들어가면 8km가량 헤엄치고 3~4시간씩 물에서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서핑도 새로 배우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스킨스쿠버/바다 수영은 훨씬 오래전부터(적어도 2001년 인터뷰 때부터 언급) 즐겼던 것으로 보이고, "프리다이빙"이라는 형태로 특화해서 한 건 최근 몇 년 정도로 추정되지만, 정확히 몇 년째인지 특정 숫자를 밝힌 보도는 찾지 못했습니다. 사고는 8월 22일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고, 명진 스님은 최근 제주 남선사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클로드]


지도에서 제주 남선사와 하예포구를 검색했다.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한 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스님은 직접 운전하고 가셨을까? 다른 스님이 운전을 해줬을까? 택시를 타고 가셨을까? 궁금하네...

클로드를 더 쪼았더니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진 못했지만 스님의 다른 인터뷰 기사를 찾아준다.


명진 스님은 일흔이 넘긴 나이에 프리다이빙에 입문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5월부터 12월까지 제주 남선사에서 머물며 프리다이빙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선사 주지 도정 스님의 전언에 따르면, 스님이 3분 이상 숨을 참아야 하는 수심 20m 잠수에 도전하면서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수행자로서 두려움의 근원을 찾아 직면하고 극복해 깨달음에 이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합니다. 조계종 선명상위원장 금강 스님은 페이스북에 20여 일 전 스님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며 "무산소 바다 20m를 말씀하시더니 기어코 바다에서 입적하셨다"라고 애도했습니다. [클로드]


명진스님이 일흔을 넘긴 나이에 무산소 바다 20미터를 도전하고 계셨다고!!!


수십 년 전부터 바다수영을 즐기시긴 했지만, 일흔을 넘긴 나이에 무산소 20미터 잠수가 기본인 프리다이빙을 도전하는 스님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명진스님의 왕생극락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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