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가 미치도록 좋은 이유

by정지우


내가 '모자무싸' 보면서 좋아서 데굴데굴 구르고, 깔깔거리고, 일어나서 팔짝팔짝 뛰는 걸 보더니, 아내가 결혼 이후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내가 좋아한 장면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는데, 톺아보니 '따뜻한 장면들'과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은 황동만이 '막가파'처럼 굴 때다. 특히, 이 드라마에 반한 첫 순간은 황동만이 "내 인생이 왜 니 맘에 들어야 하는데요?"라며 달려들 때였다.

황동만이 막가파처럼 구는 게 내게는 최고의 대리만족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인물이, 주눅들지 않고, 불안에 떨면서, 그래도 자기만의 바이브를 잃지 않은 채, 그렇게 이 괴물같은 현실을 뚫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돈키호테' 같았다. 약간 미친 인간처럼 온갖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는데, 그렇게 입만 털면서도 길을 개척해나가는 게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막장 전개가 너무 속시원하고 재밌었다.

온통 자기들의 정답을 강요하는 세상이지만, 황동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그 인생을 끌고 나간다. 형은 수시로 자살 시도를 하고, 사채 빚에 시달리며 터무니 없는 돈을 갚고, 40대에 이르러서도 누추한 집에 살며, 이렇다 할 작은 성공 한 번 못해본 인생인데도, 매일 미쳐버릴 것 같은 불안 속에서도, 뚫고 나간다. 그 여정이 어느 시점에 이르니, 숭고해보기까지 했다. 현실에서라면, 미친 놈이라 욕 먹고 주변 사람들은 다 떠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판타지 만화의 주인공처럼 기이한 '입 털기 기술'과 '순수함'과 '진실성'으로 그 길을 뚫고 간다.

그 여정을 보고 있으니, 나도 막가파처럼 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터무니 없이 드라마 하나 보면서 리뷰만 20개씩 쓰고 있는 것도 일종의 막가파적인 실천이다. 남이 뭐라하건, "내 글이 왜 니 맘에 들어야 하는데요?"같은 걸 중얼거리면서, 그냥 써재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너무 소소한 미침이지만, 조금이라도 미친 바이브에 빠지고 싶은 것이다. 내일 아이 학교 보내야 하니, 새벽에 동해까지 달려갈 순 없어도, 주말 오면 부리나캐 아이 싣고 한 번 떠나보는 것이다. 온 세상, 남들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면서 누가 내 욕 할까봐, 누가 뒤에서 뭐라할까봐 벌벌 떨면서 자기검열 하고 사는 게 아니라, 나의 진실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황동만이 냄새 날 것 같은 매일 똑같은 코트 입고 다니는 것도 너무 멋지다. 나도 언젠가 유럽 가면 총알 20발 뚫린 코트 구해서 20년 동안 입고 다니고 싶다. 그의 모든 물건에 '역사'가 있다는 것도 근사하다. 발터 벤야민은 '이야기가 상실'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우리가 소비 슬롯에 젖어 물건에 대한 애정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물의 상실이 곧 서사의 상실이다. 그러나 황동만의 모든 사물에는 서사가 있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가방이든, 아버지가 물려준 안경테든, 언젠가 길에서 주운 연필이든, 무엇이든 내 기억과 서사가 담긴 사물을 사랑하는 데서 인간은 '서사적 존재'가 된다.

모두가 정답을 정해놓고, 그 정답을 못 지키면 나잇살만 먹은 존재, 탈락한 존재, 도태된 존재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자기 서사" 하나 믿고 불도저처럼, 돈키호테처럼, 그렇게 밀고 나가는 이 캐릭터의 여정이 너무 세련되고 현대적이고 멋져서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최근 본 그 어떤 작품에서도 이렇게 절묘하게, 이런 캐릭터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빅엿 날리면서,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광기의 힘으로 밀어붙이며 나아가면서도, 심지어 다른 사람 속 부글부글 끓게 만들지만 '입만' 털 뿐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는, 비폭력 전투주의자, 이 악동 같으면서도 사람 미치게 하는 이런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든다.

현실에도 있으면 좋겠다. 막가파처럼, 남들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인생을, 자기만의 굴곡으로 헤쳐나가는 그런 인간이. 남들이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도, 자기만의 기이한 바이브로, 춤추듯 나아가는, 자기 전 존재와 진실성을 걸고 천 개의 문을 열어 날개 달고 비상하는 것 같은 그런 인간이. 세상에 균열을 내고, 틈을 벌려서, 어찌됐든 자기의 순수성을 실현내는, '길을 내는' 그런 인간이.

* 사진 - jtbc 모자무싸 캡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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