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돌입한 따님과 같은 상태.
얼마 전 이곳저곳으로 금계국을 보러 갔다.
제목에 올려진 사진의 장소는 다대포다. 이때 뭔가 잔뜩 마음이 상한 따님은 저렇게 좋은 위치에서 등을 돌리고 자신을 찍지 못하게 했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내가 애원해 봐야 무엇하리.
너의 선택인 것을.
이제 너의 인생 프로필 사진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말하고 따님의 뒤를 돌아섰다. 괜히 닿지 않는 마음으로 으름장을 놓았지만, 아이가 들을 수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나도 선택을 해야 했다.
작가 소개.
아무리 머릴 쥐어짜도 나오지 않았다.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커서요. 하고 있다. 깨발랄한 척하며, 출간 소식을 적은 후 다른 글도 적었지만 모든 글이 죄다 작가의 서랍에 처박혀버렸다. 어떤 글을 써도 마음이 울렁인다. 그리고 아무리 들숨과 날숨을 쉬어도 심장은 전력질주를 하듯 아파왔다.
바카라을 출간하기로 마음먹고, 계약서를 적고 퇴고를 하면서도 나의 걱정은 단 하나였다. 잘 팔려서 출판사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도 보답하는 것이지만, 나의 바카라이 기존 독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였다. 온라인카지노에서 연재할 때도 기존 독자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배운 적 없는 글쓰기였지만 열심히 적었다.
하물며 이제 '절망사'는 물성으로 읽을 수 있는 바카라이 되는 과정에 있다. 새로운 독자님들은 독자님이지만, 나는 나를 지켜봐 준 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나 커져서, 나의 불안이 오랜만에 밀물에 밀려오듯 저 끝에서부터 땅을 흔들며 쓰나미처럼 나를 덮칠 것 같은 두려움에 자꾸만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출간이 이상하게도
마냥 기쁘지 않고, 설레지 않는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홍보하려고 만든 것인데, 지금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가 아닐까. 싶었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매번 이렇게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나를 좀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애매한 재능을 가진 내가 작가 소개를 적으려니 자꾸만 머뭇거려진다. 그래서 계속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아이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계속 바라보게 된다. 사춘기의 시작은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시기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작춘기(작가+사춘기)를 앓고 있다.
디자이너였을 때도 결과를 못 낸 내가 작가로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내 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계속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 글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가. 같은 것들을 고민하는 소녀가 된 것 만 같다. 작가의 소개글이 쏘아 올린 공은 아직도 나의 하늘을 날고 있다.
언제 내려오려나 목이 빠질 것 같다.
그냥 나답게.
귀여움을 모토로 사는 나답게.
작가 소개를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본 작가 소개는 이렇다.
이유림(李柔林)
의성어, 의태어를 좋아합니다.
계절의 찰나를 찍는 걸 좋아합니다.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합니다.
바카라과 여행을 좋아합니다.
잘 웃습니다.
잘 먹습니다.
그리고
귀엽습니다.
ps.
계약을 망설일 때 내가 첫 유산으로 어머니도, 배우자도 아닌 보호자로 선택한 친구가 그리고 태이린님(구 회색토끼님)이 마치 짠 것처럼 화분을 보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뭐라도 심어서 보여줘."
그래 나 한번 심어 볼게.
용기 내 볼게.
분갈이 하는 마음으로.
분갈이에 관한 이야기는 투비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