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놀라게 한 출판사

바카라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by김세중

나는 애써 갈고닦고 다듬은 내 원고를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어 속앓이를 참 많이 했다. 왜 출판사들은 이런 기막힌 호재를 보고도 외면하나 싶어 꽤 오래 절망에 허덕였다. 도대체 안목 있는 출판사가 우리나라에는 이토록 없단 말인가 하고 홀로 끙끙 시름할 뿐이었다.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약 두 달 전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내 주장에 공감이 간다는 한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싶었다. 그리고 열흘도 안 돼 출판사 간부로부터 내 원고를 출간키로 확정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뛸 듯이 기뻤다. 쥐구멍에도 볕이 들었다 싶었다. 바로 계약서가 왔고 계약서에 사인해 보냄으로써 계약은 체결되었다. 그러나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것은 내 불찰이었다. 계약서에는 원고 인도 후 18개월 안에 출판사는 출판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즉 18개월 안에만 출판하면 되게끔 계약서에 돼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편집자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꼬박 3주가 지났을 때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어찌 되고 있는지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담당자에게 보냈다. 며칠 후 온 답장은 나를 아연케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아직 진행된 바 없으며 최대한 올해 안으로는 편집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계약만 체결해 놓고는 까마득히 뒤로 미루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옛 인연이 있던 한 출판사 직원에게는 내밀히 도움을 청했다. 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직원으로부터도 아무 답장이 오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나는 칼을 빼들었다. 전화를 걸어 이렇게 미온적일 거면 계약을 없던 걸로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꺼내 보였다. 놀란 담당자는 그날 중으로 답을 하겠다고 했고 과연 그날 오후 회사 고위간부로부터 내게 전화가 걸려 왔다. 즉각 편집에 착수하겠다고 했고 그제야 내 화가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메일이 왔다. 초교가 도착해 있었다. 초교지를 인쇄해서 읽어 나가면서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편집 담당자의 전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 원고를 속속들이 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문 나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이렇게 고치는 게 어떠냐고 대안까지 제시해 왔다. 단순히 교정을 보는 차원이 아니었다. 내용까지 파악하고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까지 담당자는 다 살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마터면 큰 오류가 남을 뻔했다 싶은 건도 몇 가지 알려 왔다. 출판사의 실력, 아니 담당 편집자의 실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접촉을 시도한 다른 모든 출판사들은 한결같이 외면하는데 이 출판사만은 호재임을 알아본 것에 감탄했고 이어서는 그런 호재를 기약 없이 밀쳐 두어서 나를 아주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실력이 출중한 편집자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곡절이 있긴 했으나 끝이 잘 마무리되어 가는 듯싶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아무리 바카라을 잘 안 읽는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바카라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그리고 바카라은 출판사가 만든다. 아무리 저자가 훌륭한 원고를 썼다 하더라도 출판하지 않으면 세상에 바카라으로 나올 수 없다. 그리고 바카라의 내용을 잘 이해하는 편집자의 손을 거칠 때 바카라은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편집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카라이라면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하다. 나는 출판사를 찾지 못해 오래 애를 먹었다. 그러나 결국 나와 뜻이 맞는 출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출판사 안에 유능한 편집자가 있었다. 한 권의 바카라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좀 더 밝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바카라이 역할을 하리라고 믿는다. 그런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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