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외롭다.
근데 사실 슬롯생활을 하며, 알게 모르게 은따를 가장 많이 시킨 건 나였을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왕따 은따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우린 모두 동급생이었고 같은 조건이었으니까.
슬롯에서의 은따는 조금 다르다. 물론 동기끼리의 은따도 있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사원으로서 상사에게 가했던 은따이다.
사실 지위의 차이로 인하여 은따라 칭하긴 좀 그렇다.
그냥 싫었고, 하루에 최대한 팀장님과 말을 안 섞길 바랐다. 팀장님이 연차인 날이면 그날은 내 크리스마스와도 같았다. (본인 팀장이 휴가여서 기분이 좋다며 커피를 쏘던 옆팀 팀원이 떠오른다)
팀장님 앞에서는 무표정으로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만, 이렇게 마음속 깊이 싫어하며, 피해 다니는 것.
이거 따지고 보면 엄연한 은따시키기가 맞지 않은가?
자리로 불려 가 혼나거나 업무지시를 받을 때면 표정관리를 하며 예의 있게 행동하고 대답한다.
그러나 자리로 돌아오면 메신저를 켜고 비슷한 직급의 동료들에게 폭풍 “팀장 욕”을 쳐댄다.
안온한 표정 속, 욕을 날리는 폭풍 타자소리.
나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사원, 대리급 시절 우리는 다 비슷했다.
각각 자신의 팀장을 부르던 별명 같은 것도 있었다.
편의상 부르기 편한 것도 있고, 우리끼리 지어낸 암호로 열심히 씹으면 뭔가 묘한 해방감 같은 게 있었다.
이상하게 우리 팀 팀장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다른 팀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팀 팀장은 문어, 너네 팀 팀장은 붕어, 저쪽 팀 팀장은 물개 등등. 모아놓고 보니 이 회사 내셔널지오그래피 뺨친다며 깔깔 웃곤 했다.
이게 그 당시 우리에겐 재밌는 추억이었지만, 팀장들 입장으로 보면 해양생물로 변신한 은따의 당사자들이란 슬픈 현실이다.
특히 점심시간, 어떻게든 팀장과 같이 밥을 안 먹기 위하여 갖은 애를 썼다.
우린 점심시간 팀에서 벗어나 따로 밥을 먹기 위한 작전을 짜고, 회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식당에 원정을 가서 그곳에서 접선하곤 했다.
약속을 안 잡은 날이면, 일부러 도시락을 싸 오거나 또는 아예 점심을 안 먹어버린다는 말로 팀장님과의 식사를 정중히 거부하고 혼자 남았다.
그럴 때마다 팀장님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속아 넘어가주는 듯 언제나 평온하게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고 하시곤 혼자 조용히 사라지셨다.
점심시간이 지나 괜히 내가 좀 티 났나 싶어, 밝은 표정으로 뭐 드셨냐고 여쭤볼 때면,
“네 그냥 구내식당서 먹었습니다”라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하셨다.
팀장님의 그 대답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 나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점심시간만이라도 팀장님에게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고,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난 몰랐다.
팀장님이 느끼셨을 이 “은따”를 당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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