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을 신청하다.

feat. 공기업 자회사

byPaul

우리부부는 속도위반 결혼을 했다. 2020년 1월이 되자마자 임신소식을 알았다.

2월에 혼인신고를 급하게 했고,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래서 고민끝에 결혼식을 코로나 끝나고 미루자고 했다.

그런데 실수였다. 코로나가 그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아들은 2020년 9월생이다.

아내는 직업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속도위반 임신도 원치 않았다.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딱 1년만 육아를 하면 내가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딱 1년만 육아에 전념해달라고 제안했다.

아내는 정말 기가막히게 약속을 잘 지켰다. 1년동안 육아를 잘해줬고, 아들이 돌이 되자마자 학원강사로 취업했다.


내가 다니는 온라인 게임이 공기업 자회사라 그런지 육아휴직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당시에 우리부서 2번째 남자 육아휴직자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인식이 점차 좋아져서 나를 뒤이어서 남자 육아휴직자들이 계속 나왔다.

그렇게 나의 육아휴직이 시작됐다.


처음엔 자신있었다. 내가 약속한것도 있었고, 육아휴직 1년동안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고자 호기롭게 마음먹었다. 아이가 첫 걸음마를 디뎠던 순간도 목격할 수 있었고, 여러모로 기분좋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1주, 2주, 한달이 지날수록 무너져갔다.


나중에 아직 미혼인 회사 후배들이 물었다. 육아휴직 중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커피사러 나갈수 없는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들은 배달시켜먹으면 되죠라고 말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말야..


육아휴직 중에 불면증이 심해졌다. 아내는 학원일 특성상 오후1~2시쯤 출근해서 퇴근하고 오면 밤11시가 넘었다. 아이는 내가 씻기고 먹이고 재웠다.

아이와 같이 잘때가 가장 힘들었다. 아들은 새벽에 꼭 1~2번씩은 깼다. 그럼 달래거나 분유를 타서 먹이고 재웠다. 그럼 다시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항상 아침이되면 머리가 무겁고,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이 매우 떨어졌다. 정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월요일마다 잠을 잘 못잤던 버릇이 도졌다. 아니 더욱 심화되었다. 누구나 안 좋은 버릇은 기가막히게 안 좋은 상황에서 더 도드라졌다. 만성 불면증의 시작이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르렸다.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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