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부모님께는 아직 그만뒀다는 말을 못했다.
차마 어렵게 구한 온라인 게임을 또 그만뒀다는 말이
안 나왔다.
분명히 또 실망을 시켜드릴것이 뻔하기에
먼가 좀 계획을 구체화 해놓고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KFC앞에서 점장님과 만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께는 출근한다고 하고 일찍 나와서
오랫만에 학교도 가보고, 서점에 가서 공무원
수험서도 살펴보고 했다.
9번 출구앞에 점장이 나타났다.
"야 이경환~"
"안녕하세요, 어 머리 스타일이 달라졌네요?"
"아 이거 머리 푼거지, 일할때는 묶자나~"
"그런가? 아닌거 같은데? 먼가 달라졌는데?"
"야 다르긴 머가 달라 쓸데없는 소리말고
머 먹고 싶어?"
"여기가 내 나와바리라 먹을대야 많죠, 비싼거
먹어도 되요?"
"그럼 너 먹고 싶은거 다 말해~~"
"음..밥보단 술이 어때요? 가까운 고깃집 갈까요?"
"그래~"
어제까지 점포에서 맨날 화만 내던 점장을 이렇게
단둘이 보는게 이상하고, 신기했다.
그렇게 술이 들어가고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그동안 왤케 우리를 쥐잡듯이 잡아댔어요?,
우리가 멀 그렇게 잘못했다고?"
"야 너 그런 얘기하려고 나왔어? 일하다보면
그럴수도있지!"
"그때 기억나죠? 점장님이 셔츠 10개들고 와서
스톱워치 켜고 우리보고 30초안에 접으라고
했을때, 그게 말이되요??!"
"기억안나"
"아 진짜 3개월 전인데 왜 기억이 안나요?,
왜 그랬어요?"
"나도 점장 후보생 시절에 그렇게 배웠어"
"와~ 너무하네, 본인이 당했다고 우리한테 그랬어요?
그날 점장님 나가고, 예지가 펑펑 운거 알아요?
내가 울지말라고 얼마나 다독였는데!,
나도 열받았는데!"
"그래서 더 그랬어"
"멀 그래서 더 그랬다는 거에요?"
"너가 예지를 많이 챙기는게 보여서 화가 나더라고"
"응? 그게 먼소리에요?"
"둘이 동기라서 서로 챙겨주는게 화가 났다고"
"에?? 나 예지 별로 안좋아해요, 걔 은근 냉정해요"
"나도 알아, 그래서 더 갈궜지"
"와~그래서 더 갈궜다고? 대단하다. 진짜.
난 동기라서 그냥 서로 의지하려고 챙겨준거지,
내가 누굴 의지하겠어요?. 다들 서로
잡아먹으려고 난린데.
그나마 진호 선배가 우리를 잘 챙겨줬지"
"알아, 진호가 제일 착해"
"근데, 내가 예지를 챙겨줬던게 왜 화가나요?"
"......."
그때 느낌이 왔다. 오늘 이렇게 본인 휴무날 나와서
술을 사준다는 게 이상했다.
"점장님, 직원들 그만둘때마다 이렇게 술 사줬어요?"
"항상 그랬던건 아니지"
"점장님, 혹시 나 좋아해요?"
"어"
"와!! 혹시나 해서 물어본건데!,
"아니 좋아한다면서, 그동안 그렇게 갈궜다고요!!???,
이게 말이 되나?, 언제부터 였어요?"
"너가 그때 남친 문제 상담해줄때"
"아!! 맞다 점장님 남친 있잖아!!?, 헤어졌어요?"
"음 애매해"
"머야 아직 헤어지지도 않고 사귀면서 이런말을 한다고?"
"사실 끝난거지머.."
"와 여러가지로 너무 충격적인데, 일단 술마시죠..."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둘이서 술을 마셨다.
"너가 연차를 1개 밖에 안써서, 3일치 연차수당
이번달 급여에 포함되서 나올거야"
"나 겨우 4개월 이지만 나 열심히 일하긴 했네요?
연차 1개 밖에 안쓰고"
"그래 너 열심히 했어"
"점장님께 그말이 듣고 싶었어요, 열심히 했다는 말"
"다들 알고 있어, 너네 둘다 진짜 열심히 했어"
"연차 얘기 나와서 말인데, 내 친구중에 사고 쳐서
가장 빨리 결혼한 친구 있거든요, 홍승종 이라고
걔 결혼식에 가야된다고 연차쓴다고 했을때
점장님 머라 그랬는줄 알아요?"
"머라 그랬는데?"
"정신 못차렸다고, 점장 후보생은 절대 주말에
못 쉰다고 소리 질렀죠, 그래서 그 친구 결혼식
에도 못 갔죠, 친구중에 나만 못갔어요"
"어쩔수 없어, 점장이나 부점장들은 친구들
결혼식에 거의 못가, 점포를 비워두고 어떻게
주말에 쉬겠니"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풀어지면서
서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사실 나도 점장님 좋아했어요"
"진짜? 언제부터?"
"아까 9번 출구에서 봤을때 부터요"
"야!!!!"
"진짠데 그동안 그렇게 갈군사람을 좋아한다는게
말이되요?근데 아까 올라올때 조금 심쿵하던데
그리고 점장님이 점포에서 젤 이쁘긴했어요
근데 점장님 본인 별명알죠? 마녀인거"
"야 그건 직원들 관리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
너도 관리자되면 어케 변할지모른다!"
"난 안 그럴것 같은데요~"
"예지가 그런말 했던 적이 있어요, 다들 주말에
땀뻘뻘 흘리고 뛰어다니고 있을때, 점장님만
화장이 안번지고, 멀쩡한거에요, 그래서 예지가
점장님 화장품 어디꺼 쓰세요?
어떻게 화장이 안 번져요?그랬더니, 점장님이
시세이도 제품이라고 어쩌고 저쩌고 했던거"
"어 맞아 기억나, 예지가 물어봤었지, 너 기억력 좋다?"
"사실 난 속으로 점장님은 안 뛰어다니니까 화장이
안번지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야! 나도 많이 뛰어다녔거든!!"
"웃자고 한말이에요, 부점장도 완전 화장 다 번져서
뛰어다니고 했는데"
"갑자기, 부점장 얘기는 왜하냐!?"
"우리끼리 얘기 했거든요, 점장이 젤 이쁘고 부점장이
두번째 이쁘다고, 근데 부점장을 왤케 미워해요?"
"걔가 성깔이 있어, 그리고 지가 잘난 줄 알아"
"부점장도 이뻐요, 전형적인 일본인 미인상"
"야, 나 갈란다"
"하하하,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 이에요?"
"너 하는거 봐서, 너 근데 퇴사하고 머하게?"
"공무원 시험 준비하게요"
"어 잘어울려 너랑 넌 금방 붙을것 같은데"
"그런말 마세요. 요즘 공무원 얼마나
붙기 힘든데, 근데 공부하기도 급한 시간에
이렇게 술마시고 있으니~"
"어차피 나 수목만 쉬니까 우리 그때만 보자,
그정도면 공부에 방해 안되잖아"
"그럴려나..암튼 이제 나보려면 노량진으로
와요"
"그래 알겠어"
그렇게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어야 됐던 그날에
예기치 못하게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