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잡스

종결

byPaul


램스울 가디건 시즌에는 업무 난이도가 극악이었다.

유니클로에서 '타다미' 방식은 옷을 정해진 방식으로 접는 독특한 업무 중 하나이다.

정말 짜증나는 방식이다.

ZARA, H&M은 DP가 행거 방식이다.

옷을 곱게 접어놔도 한두명이 사이즈와 색상을 고를려고

해집어 놓으면 다시 우리가 개고, 고객이 다시 해집고,

우리가 다시 개고, 도르마무의 무한루프다.

"이경환!!, 이예지!! 너네 옷 안 개고 머해!!!"

또다시 점장의 불호령이 쩌렁쩌렁 점포안을 울린다.

금요일 오후부터~일요일 저녁까지 유니클로는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당시에 유니클로 플래그쉽 스토어 명동점이

초대형으로 오픈하는 등 국내에서 유니클로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주말에는 정말 숨돌림 틈이 없었다. 여기서 근무하는 2달만에

7kg이 빠졌다. 증권사 다니면서 불었던 살이 다 빠졌다.

다시 대학생때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매일 서서 근무하고, 점장/부점장/선배들의 지시에 맞게

뛰어다니다 보니, 식사량이 늘었는데도, 몸무게는 빠졌다.

집에 오면 잘때 다리가 화끈화끈하고, 지하철에서는

어떻게서든 앉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지하철에서 필사적으로

앉으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불면증도 귀신같이 사라졌다. 누으면 바로 잠들었다.


고객들중에서 직원들에게 진열된 옷 중에 없는

사이즈의 옷이 있냐고 묻는 경우가 꽤 있다.

평일에는 창고에 가서 옷을 찾아 오지만, 주말에는

우리끼리의 룰이 있다.

고객에게는 찾으러 가겠다 말하고, 창고에가서

1부터 10까지 천천히 새고 박스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고객에게 가서 재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는 이유는 주말에는 일단 사람이 너무너무

많기에 계산 카운터에 인력이 집중된다.

그래도 고객 계산줄이 하루종일 이어진다.

그리고 고객이 피팅룸에서 입고 온 옷을 다시

정성스럽게 개서 쇼핑백에 넣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고가서 고객이 구매할지도 모르는

옷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계산하고, 옷을 개고 정리하기도 너무 바빴다.


전국에서 점점 그만두는 동기들이 늘어갔다.

2달만에 40명중 벌써 10명이 그만 뒀다.

일이 힘들어서는 2번째 이유였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때문이었다.

어느 점포나 점장/부점장 중 최소 하나는

극악무도했고, 그들도 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우리에게 풀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고연차 스탭들의 견제도

한 몫했다. 그만둔 동기들과 대화해보면

퇴사 사유가 다들 비슷했다.

당시 유니클로는 매출이 매년 2배씩 성장했다.

전국에서 점포가 매달1~2개씩 신규 오픈했다.

가파른 성장속에 인력충원과 퇴사도 가팔랐다.


나 역시도 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뼈빠지게

일할바엔 공무원시험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노량진에서 1년만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량진 1년 생활비만 벌어 놓고 퇴사하자고

결심했다.

나와 예지는 원래 월/목 휴무인데, 점포가 바빠서

점장 후보생들은 주1회씩만 평일에 휴무였다. 물론

일당은 1.5배 받아서 월급은 풍족했지만,

살은 빠르게 빠지고 있었다.


점포내에서 연애를 엄청나게들 했다.

젊은 청춘남녀들이 거의 매일을 붙어다니며 일하다보니

썸들이 많았다. 동기들 얘기를 들어보니 타 점포도

비슷했다. 당시 유니클로는 사내연애는 권장하는 분위기

였던 것 같다. 스탭들도 워낙 퇴사율이 높다보니

사람을 붙잡아두려는 방법중 하나였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근무 4개월째 어느날 점장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점장은 예감했던 것 같다.

"퇴사하고 머 할 건데?"

"공부 좀 하려고요"

"무슨공부?"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

"그럼 좀 더 고민해봐, 공부든 머든 진로를 정하고

퇴사해"

"아니에요 사실 정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래서 얘기안하는 거에요"

"마음을 굳힌거니?"

"네 돌이킬 마음 전혀 없습니다"

"그래 알겠어, 근데 나 외에 슈퍼바이저랑도 면담

해야돼, 그게 절차야 따라야 돼"

"알겠어요"


곧 하겠다는 슈버바이저 면담은 그 뒤로 2주가 흘렀다.

2주동안 점장은 전보다 잘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퇴사를 번복하게 하려는

전략이었던것 같았다.


그렇게 일본인 슈퍼바이저와 면담을 했다.

나는 일본어를 못해서 점장이 통역을 해줬다.

슈퍼바이저는 광장히 딱딱한 얼굴로 질문을 했다.

왜 퇴사하려고 하는지?

혹시 괴롭힌 사람이 있는지?

개선사항이 있는지? 개선해준다면 다닐 의향이

있는지?

질문은 평이 했는데, 슈퍼바이저도 퇴사를 번복하길

바랬던 것 같다. 근데 뜻대로 안되자

약간 화를 냈던 것 같다.

그렇게 30여분간의 면담이 끝나고 슈퍼바이저는

돌아갔다.

면담이 끝나고 점장이 나를 불렀다.

"와 너 잘참았다 잘했어"

"멀요?왜요?"

"아니 쟤(슈퍼바이저)가 너한테 욕설도 했어,

나도 깜짝 놀랐어 왜 저런말까지 하는지

나도 중간에 얼었다야 통역은 당연히 안했지"

"에이 나야 일본말을 모르니까 욕해도 모르죠

그러고보니 중간에 빠가야로 라고 몇번 한것 같은데"

"응 근데 그것보다 더 쎈 욕도 했어 깜짝 놀랐네

너네 동기들 벌써 절반이나 그만뒀다며, 그래서

본사도 지금 예민한것같아 너가 이해해줘"

"아 괜찮아요 어차피 못알아들었고, 끝나서 후련하네요"

"그래 이제 내일까지 근무네?"

"네 마무리 잘할께요"

"그래 고생했어 마침 내일모레 내가 휴무니까 끝나고 보자"

"아 둘이서요? 왜요?"

"왜긴 그동안 고생만 시킨것같아서 밥한번 사줄려고"

"아 네 맛있는거 먹어야겠네요 어디서봐요?"

"경환이 너가 정할래? 메뉴랑 장소"

"음 홍대 어때요? 내가 아는덴 거기밖에 없는데"

"그래 내일모레 홍대서 5시에 보자, 그리고 너

동기나 다른직원들한터는 말하지마"

"알겠어요"


그때까지만해도 4개월밖에 일하고 퇴사한

직원을 왜 밥사주겠다고 하는지 몰랐다.

그냥 문화인가보다 생각했다. 나름 그동안

내가 일을 잘했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점포 동료들에게 퇴사소식을 전했다.

아쉬워하는 직원절반, 나가길 바랬던 직원들 절반

이었던 것같다.

부점장은 "겨우 4개월 버텼네요?" 싸늘하게 말했다.

부점장 다웠다. 점장후보생 선배들은 끝까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잡았다.

예지는 울었다 "이제 자기 혼자 어떻게 버티냐고"

말했다.


그렇게 나의 이잡스가 끝났다.


증권사 근무때는 끔찍했던 기억이 많았는데

유니클로는 살도 많이 빠지고,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이잡스였다.


그리고 다음날 홍대에서 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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