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잡스

3부

byPaul

점포에 발령받고 2주가 지나자, 대략적으로 업무와 분위기가 파악됐다.


일단 점장과 부점장은 사이가 엄청 안 좋았다.

점장이 대놓고 갈궜다. 부점장도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부점장은 대답안하기 스킬과 두눈 똑바로 뜨기 스킬로 대항했다.

점장은 매주 수/목에 부점장은 월/화에 쉬는것이 전 점포의

원칙이었다. 그래서 금토일 3일만 마주치는데도,

견원지간이었다.

몇번 부점장한테 혼나봤는데, 말보다 싸늘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사람을 조지는 스타일이었다.

남자 스탭의 대장은 학선 선배였다.

입사 5년차라고 했다.

남자 스탭중 최고참이어서 모든 스탭들이

잘 따랐다.

여자 스탭의 대장은 마리 선배였다.

역시 5년차라고 했다.

둘다 나와 예지를 엄청 혼냈다.

처음부터 "우리가 너네보다 선배다"를

대놓고 드러냈다.

조금만 실수해도 쥐잡듯이 잡아댔다.


그런데 전 직원이 점장을 싫어했다. 겪어보니 알만했다.

크게 2가지 이유였다.

첫번째로 일을 안했다. 본인의 일도 부점장과 점장후보생

선배들에게 전가했다.

두번째로 감정의 업다운이 심했다. 기분이 좋을때는 웃으면서

농담도 많이하고 직원들에 살갑게 대했지만, 반대일때는

모두까기 인형으로 변신했다.


평균 한달에 2회정도 슈퍼바이저가 불시에 방문했다.

슈퍼바이저는 일본인 직원으로 권역 점포 5~6개를 관리하는

본사 직원이었다. 보통 점장이 승진하면 슈퍼바이저가 된다고

했다. 8명의 슈퍼바이저 중에 한국인은 1명이었고, 나머지는

일본인이었다. 전부 남자였다.

우리점포 슈퍼바이저는 일본인이었다.


슈퍼바이저의 방문날에는 점장은 극도로 예민했다.

점장들끼리 연락망을 통해서 슈퍼바이저의 방문을 예측하고들

있었다.

방문전에 점장은 매뉴얼대로 점포를 셋팅하느라 초집중 상태였다.

부점장을 비롯해서 후보생들과 스탭대장들을 엄청 갈궜다.


드디어 슈퍼바이저가 방문했다. 누가 봐도 일본인 이었다.

일본인답게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점포를 구석구석 살폈다.

사무실에서 일본어로 점장을 조졌다. 슈퍼바이저가 떠나면,

점장은 부점장과 점장후보생들을 조졌다.

그날의 이슈는 입구진열대의 레이아웃이 본사의 방침과

조금 어긋낫다는 것과, 선반에 먼지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유니클로는 청결을 강조했다. 슈퍼바이저가 모든 매대를

손바닥으로 계속 훑었다. 그때 먼지가 묻어나오면 안됐다.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의 원칙이라고 했다.


점장이 예지와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옷 10장을

들고들어왔다. 사무실 메인테이블에 옷 10장을

던지면서 30초안에 옷을 진열상태로 정리하라고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스톱워치 기능을 켰다.


30초안에 5장의 옷을 개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미 혼내기를 전제로한 테스트였다.

당연히 나는 실패했지만, 예지는 30초에 5장의 셔츠를

판매상태로 개버렸다. 점장은 놀란 것 같았다.

그러나 점장은 예지가 개놓은

셔츠를 바닥에 던져버리면서 소리쳤다.

"이게머야!, 제대로 좀 하라고!!"

"이경환!!, 넌 옷도 제대로 못개고 머하는거야!!,

그러고도 너가 점장후보생이야!! 너가 스탭과 다른점이

머야!!"

한 10분을 혼났던 것 같다. 점장이 문을 쾅닫고 나가버렸고,

나가자마자 예지는 울음을 터트렸다. 예지가 우는걸

처음봤다. 같이 혼난 처지에

내가 머라고 우는 예지를 다독였다.

곧 이어 점장후보 선배 2명이 들어왔다. 원래 슈퍼바이저

방문 후에는 저런다고 이해하라고, 우리를 위로해줬다.


한 달에 한번 점포에서 회식을 했다.

점포마감을 하고, 휴무직원을 제외한

전직원이 회식에 참여했다.


회식자리는 자연스럽게 점장과 후보생들이 같이

앉았고, 스탭직원들은 그들끼리 앉았다.

학선씨는 정말 재밌게 회식을 주도했다.

나도 그의 언변에 빠져들었다. 왜 스탭들이

학선씨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지 알았다.


회식이 무르익자 점장 혼자 남아있었다.

부점장은 처음부터 스탭자리에 앉아었고

후보생들도 다 그쪽으로갔다.

나까지 떠나면 점장은 진짜 혼자있게 되서

난 그냥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영등포에 살고 있었고,

나이는 나보다 2살 많았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서

말을 붙였다.

"점장님은 쉬는날 머하세요?"

"그냥 쉬다가 타점포 점장들 만나"

"엥? 쉬는날에도 회사사람들 만나요?"

"응"

"어우, 왜 친구들 안만나고요?"

"수목요일만 쉬니까 다른 친구들은 다 일하지,

그래서 같은 처지의 타점장들 보는거야"

"아~ 먼가 슬프네요, 점장님은 남친없어요?"

"남친도 평일은 일하잖아"

"아~ 남친은 무슨일해요? 얼마나 사귀었어요?"

"은행원이야 한 3년됐나"

"오! 은행원~~근데 왜 결혼안해요?직업도 빵빵한데

결혼하자고 남친이 안해요?"

"계약직 은행원이라 우리 부모님이 반대해"

"아...네 근데 머 그런게 중요한가요.."


맨날 구박만하고 갈구던 점장이 갑자기 무거운

주제를 꺼내서 깜짝 놀랐다.

나도 점장을 싫어하고 피해왔지만, 그날의 점장은

먼가 어둡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쪽에선 학선씨를 비롯해서 후보생 선배들,

예지까지 다 어울려서 단체로 술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쪽과는 다르게 나는 점장과

1시간째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새벽까지 달리고 회식이 끝났다.

다들 젊다보니 늦게까지 잘 놀았다.


진호선배가 와서 나한테 고생했다고 말했다.

옆에서 봤는데 점장 기분 잘 맞춰주는것 같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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