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잡스

2부

byPaul


다음날 출근했을때, 작년에 입사한 점장후보직 선배 2명을 만났다.

남자는 진호 선배로 나와 동갑이었고, 여자는 유리 선배 였다.

연수원에서는 보통 1년후 부점장, 2년 후 점장이 되는게 기본코스

라고 했는데, 두 선배 다 아직 점장후보생 신분이라는게 이상했다.


"하긴 이 많은 인원이 언제 다 점장이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두 선배는 진짜 우리 둘에게 잘해줬다.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둘다

착하고 예지와 내게 진짜 잘해줬다. 먼가 같은 입장이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 자체가 너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유니클로는 크게 2가지 채용전형을 진행했다. 점장후보직과

STAFF채용 형태였다. STAFF는 학력무관이었다.

STAFF채용공고도 최종목적은 점장이었고, 실제로 STAFF 출신

중에서 점장도 타 점포에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우리 모두는 경쟁자였던 것이다.

실제로 STAFF들중에서 4년차, 5년차들이 몇몇 있었다. 이들에게는

단순히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다.

어쩐지 몇몇 스탭들이 예지와 나를 견제하는게 느껴졌다.


처음 일주일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용어와 업무가

낯설었다. 불과 3개월 전까지 바카라상에 앉아서 고객과 주식매매

관련 업무를 하고, 여유시간에는 고객과 미팅했던 때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포스 결제기 다루는 법, 옷 진열법, 재고확인, 발주, 프로모션,

매출목표 등등 배울게 엄청났다.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이와중에 예지는 완전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일주일만에 예지는

마치 유니클로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적응이 빨랐다.

다들 예지의 업무적응도를 칭찬했다. 반대로 나는 먼가 위축됐다.

진호 선배와 유리 선배가 그럴수록 내게 더 잘해줬던 것 같다.

우리 점포는 백화점 입점업체 였기 때문에 이중 포스기를 썼다.

우리포스로 한번, 백화점 단말기로 한번 총 2번 결제를 해야했다.

고객 입장에선 1번 결제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2번 결제를 했다.

평일에는 괜찮았지만, 주말에는 2번 결제가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

손님줄이 길어지는 원인중 하나였다. 특히 취소/환불 고객이 주말에 오면

멘붕이었다. 2번 취소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영수증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취소가 안되지만, 진상 고객들은 해줘야 했고, 그럴때마다

2개 포스기로 결제 내역을 찾아야 했다.

부점장과, 점장후보선배들, 스탭들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았고, 손이 빨랐다.

점장과 부점장, 점장후보직과 고연차 스탭들은 근무시 인이어 무전기를 착용했다.

현장에서는 암호로 소통을 많이 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 "5번 다녀오겠습니다"

"식사하고 오겠다" -> "8번 다녀오겠습니다"

"휴게시간 들어간다" -> "9번 다녀오겠습니다"

"진상고객이 발생했다" -> "11번 상황입니다"

"고객이 옷을 가방에 넣었다(훔쳤다)" -> "13번 상황입니다"

"피팅룸에서 문제가 생겼다" -> "15번 상황입니다"


위와 같이 숫자로 소통하는 것은 고객 앞에서 동료들에게 화장실

다녀오겠다 밥먹고 오겠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기

때문에 암호로 소통했다.


일본문화가 업무전반에 녹아져 있었다.

점포에서 사무실로 이동하거나, 창고로 이동하거나,

어쨌든 문을 열때는 항상 2번 노크를 한 후,

"실례합니다"를 꼭 말하며 문을 열어야 했다.

처음에는 진짜 이해가 안갔다. 이게 먼 소용이지?

창고를 BR(빽룸)이라고 불렀다. 뻔히 아무도없는

창고를 들어갈때도 노크와 실례합니다는 필수였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몇번 실례합니다를 안하고

노크만하고 들어갔다가 혼났다. 이게 혼날 일인가

싶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본사도 저런다고 했다.


생각보다 옷을 훔치는 고객이 많았다.

여성들이 압도적이었다. 히트텍 등 가방에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제품들이

주 타겟이었다.


보통 이런분들은 여러옷들을 피팅룸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여러차례실착을 반복한다.

그래서 유니클로는 한번에 피팅룸에 들고갈수

있는 옷이 최대 3벌로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피팅룸 담당자는 관찰력이 좋아야한다.

숫자 카드로 피팅룸에 들어간 고객이 들고간 옷을

문앞에 꽂아논다. 숫자카드는 1,2,3 이렇게 세종류중

하나를 꽂아논다.

그리고 입고나온 고객의 옷과 빠르게 확인한다.

그러나 주말에는 피팅룸의 줄이 길고 15개의 룸을

1~2명이 관리하다보니 정신이 없고, 누락이 발생할

수 있다.

의심상황 발생시 무전을 친다.

"검은색 상의에 청바지 입은 여성고객 13번 상황입니다"

그럼 무전친 직원이 눈치채지 못하게 붙는다.


대부분 피팅룸에서 전자태그 부분을 훼손한다.

그리고 다른부피가 큰 옷들은 계산하면서, 가방에 훼손된

제품은 본인의 가방에 넣는다.


계산을 안하고 나가는 정황까지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출구에서 "고객님 혹시 계산 안 한 제품이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묻는다. 대부분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방안을 보자고 하는것은 모험이 따른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점포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어서 백화점이 갑이다.

백화점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혹시나 고객이 왜나를 도둑취급하냐고 소리를 지르거나

백화점 관리자 나오라고 해! 등 반발을 하면 백화점

보안요원이 온다. 보안요원 동행하에 가방을 열었을때

제품이 없다면,

점장과 그 직원은 백화점 담당자에게

불려가서 큰 곤욕을 치른다.


그래서 우리는 혹시 계산 안하신 제품이 있을까요?

하면서 고객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계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간다. 그럼 1/3은 아 맞다 내정신좀봐

하면서 가방안의 제품을 계산한다.

나머지 2/3 그런거 없다고 지금 의심하는거냐고

화를 낸다. 그럼 고객을 그냥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런걸 재고정리때 로스율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전국 점포별 로스율이 컸다.

피팅룸에는 1명만 들어가는게 원칙이다.

그런데 일부 커플들은 꼭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직원이 1명이 원칙이라고 안내해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땐 막을 수 없었다.

백화점에 컴플레인이 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 컴플레인은 점포와 개인의 인사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들 컴플레인에 민감했다.


커플이 들어가서 금방 나오는 경우면 그나마 다행인데,

몇십분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주말에 저러면 끌어내고 싶다고 직원들끼리

말했던 기억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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