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잡스

1부

byPaul


십잡스 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해의 흐름을 위해서 앞선 십잡스편을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렇게 한국증권을 퇴사하고 백수가 되었다. 급한 마음에 바로 구직사이트

에 마구잡이로 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금융업은 제외했다. 도전한다고

해서 채용되지 않을 뿐더러, 그쪽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한국증권의 차장님께서 유통업 전망이 좋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유니클로 점장후보직에 지원했다. 위 직무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묻지마 지원이었다. 그때는 마음이 급했다.

당시 유니클로가 열풍이었다.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ZARA, H&M, 유니클로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네임밸류에 현혹되어 지원을 했다.

덜커덕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그리고 이어진 면접, 날카로운 질문들이

날아왔다. 전 온라인 게임의 짧은 근무경력, 퇴사이유, 군면제 이유 등등

나름 방어하며 답변했지만, 면접관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탈락을 예상했지만, 최종 합격했다.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퇴사 3개월만에 두번째 온라인 게임을 구했다.


당시 유니클로는 롯데와 합작법인을 세워서 한국으로 진출했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유니클로가 51%, 롯데가 49%로 분배했고,

사장은 롯데쇼핑 출신으로 한국인이 선임되었다.


연수시작전의 설명회에서 수첩같은 매뉴얼을 주면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의 경영방침을 모두 외워오라고 했다.

연수원에서 시험을 볼 것이고, 통과하지 못하면 중도탈락이라고 했다.

A4 2장 분량의 경영방침 이었다.


롯데 계열의 한 리조트에서 2주간 연수가 시작되었다.

40명 가량의 동기들을 만났다. 우리는 조별로 앉아 강의를 듣고

조별 발표, 시험을 거치며 친해졌다.


동기들의 절반가량은 일본어를 전공했거나, 일본 문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잘했다.


연수원의 교육과 강의는 전반적으로 종교집단 같았다.

유니클로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비전을 계속 세뇌시켰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강의의 절반은 일본인 임원과 일본 본사 직원들이 와서 했다.

한국어와 일본어 둘다 잘하는 직원이 통역을 했다.

일본어를 잘하는 동기들은 통역이 필요없는 듯 했다.

그들이 웃을때 같이 웃었다. 먼가 소외감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비일본어 동기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내가 나이가 많을줄 알았는데 다행이 그렇지는 않았다.

채용에서 나이는 크게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연수원의 마지막밤에 사장님이 일본인

임원진들과 방문했다.

1차로 고기집에서 격려차원에서 회식을 했다.

술을 많이들 마셨다. 2차는 노래방을 갔다.

사장님이 술을 많이 드셨는지, 트로트 열창을 했던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 임원진들은 인상을 쓰면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연수원의 마지막밤에 친해진 동기들과 점포배치 받고

나서도 자주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2주간의 연수를 마치고 서울 한 백화점내에

입점한 유니클로 점포에 여자동기 한명과 배치받았다.


이예지였다. 예지는 겉으로는 엄청 싹싹하고 상냥한데

한번씩 완전 냉정하게 정색을 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별로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같은 점포라니 먼가 어색할 것 같았다.


그렇게 점포 출근 첫날, 예지와 30분전에 만나서 같이

들어갔다.

점장 정희와 부점장 레이를 만났다. 둘다 여자였다.

점장은 전형적인 한국인처럼 보였는데,

부점장은 누가봐도 일본인이었다 나중에 한국인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부점장은 친절하게 점포구성과 앞으로 어떤일을 해야하는지

OJT를 해줬다. 부점장의 웃는 모습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첫날의 기억은 너무 좋았다. 먼가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깨끗하면서 화려한 이곳이

내가 일할 점포라는 것이 좋았다.

아마 연수원에서 세뇌가 잘 되었던 것 같다.


그 세뇌가 깨지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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