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형 생일날 이었다. 모처럼 많은 동기들이 모였다.
동기들끼리만 모인 오랫만의 술자리였다.
2차를 대인배가 새로 생긴 술집으로 안내하겠다고 나섰다.
원래 대인배가 그런 성격이 아닌데, 다들 따라갔다.
간판을 보니 "밤과 음악 사이"였다.
처음가보는 곳이었다. 1층에 들어서자 마자 전을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테이블과 좌석이 나무로 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파전 집의 모습이었다.
난 대인배가 왜 이리로 안내했는지 이해가 안됐다. 바로 인배에게
말했다.
"야, 여기 별론데, 다른데 가자"
"임마, 기다려봐, 여기 재밌어, 진짜 재밌는곳은 지하야"
"지하가 있어? 음...그래도 별로일 것 같은데..., 지훈형 형은 어때요?"
"어 난 아무대나 괜찮아, 지하로 내려가보지머"
그렇게 다들 지하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넓었다. 1층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였다.
클럽과 술집을 반반 섞은 듯한 느낌이었다.
1층과는 다른 분위기에 우리는 한쪽에 자리를 잡았고, 또 부어라 마셔라 놀았다.
그곳은 옛날 노래가 나오는 특색이 있었다.
테이랑 기석이는 조금 놀다가 갔고, 나, 인배, 지훈형, 지섭이가 남았다.
옆 테이블에 남자1명과 젊은 여성2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대인배가 그쪽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더니 우리 테이블과 합쳤다.
술이 확깼다. 대인배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지훈형의 생일을 축하하며 즐겁게 놀았다.
신나는 댄스곡 타임에 7명이 나가서 춤을 추고 들어왔다. 술도 들어갔고,
재밌게 놀았다.
그 쪽 분들은 남자는 SBS방송국PD고 여성분들은 작가라고 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라고 했다. 근데 작가 한 분이 나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 PD라는 사람이 나한테 둘이 나가서 춤추라고 부추겼다.
발라드 타임에 나는 어느새 그 작가와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떻게 기분 나쁘지 않게 때어놓을까라는
생각만하고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대인배가 우리 둘을
자연스럽게 데리고 테이블로 들어왔다.
또 한번 놀랬다. 그날의 대인배는 마치 슈퍼맨 같았다.
인배가 말했다.
"너 쟤 마음에 안들지?"
"어, 어떻게 알았어?"
"야, 니 표정보면 알지..그리고 저 PD라는 사람도 이상한 거 같아, 괜히
테이블 붙였어, 내가 대충 둘러대고 생일이라고 우리끼리 논다고 다시
테이블 분리할께"
"야, 인배야 너 오늘 먼가 대단해보여"
"먼 소리야 지훈형 생일인데 즐겁게 놀아야지"
"그래 오늘 재밌게 놀자, 처음에 여기 오자고 했을때 진짜 싫었는데,
지금은 완전 재밌어, 고맙다 인배야"
그렇게 우리끼리 정말 술 많이 마셨고, 대인배는 내 손을 이끌고
어느 낯선 테이블에 나를 드랍시키고 떠났다.
난 이미 주량을 넘어 섰다. 떠나면서 대인배가 귀속말로 말했다.
"야, 저 친구한테 말 걸어봐 너가 좋아하는 스타일 같아"
난 어느새 여성 2명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내 첫마디는 "안녕하세요? 오!, 앤 헤서웨이 닮았네요?"였다.
여기까지 기억이 남았다. 그리고는 나머지 대화는 기억이 안났다.
그렇게 그날의 생일파티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난 다음날 그 앤 해서웨이와 홍대에서 단둘이 술을 마셨다.
어떻게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문자와 통화 내역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6시에 홍대 정문에서 만나기로
어제의 내가 약속을 정했다.
그렇게 다음날 그녀와 홍대에서 다시 만났다. 그녀는 나를 알아봤지만,
난 처음보는 느낌이었다. 어제 대화를 한 것 같은면서도 처음보는 듯한 느낌..
개봉동에 살고 있다고 했고, 애써 기억나는 척을 했다.
내가 왜 앤 해서웨이를 닮았다고 말했는지 알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와 술 자리를 가지며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