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byPaul


4학년 때의 일이었다. 시험기간이라 T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 휴게실에는 정수기 뿐만 아니라, 자판기, 즉석 라면 제조기 등이 있었다.

넓직한 테이블로 10개 이상 잘 갖춰져 있었다.


1학년 때부터 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나의 선,후배는 모두 그 동아리 출신 들이다.

어떤 동아리 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나중에 추적(?)이 가능할 것 같아서

공부를 하다가, 물 마시러 휴게실에 갔다.

07학번 여후배 미선이와

99학번 남자 선배 영길형이 둘이서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후배 미선이는 성격이 무지하게 좋아서 우리 동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약간 선머슴아 같은 스타일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도

술마신 것처럼 행동했다.

복학한 우리 동기들과 엄청 친하게 지냈다.

우리들 모두가 참 예뻐했던 후배였다.


그런 미선이가 별 접점이 없던 영길형과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앉아서 형과 미선이의 대화에 끼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나는 별 생각없이 미선이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미선이의 폴더폰을 열고, 1번을 꾹 눌렀다.

진짜 아무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맞은편 영길형의 폰이 울리는 것이었다.

난 웃으면서 머야 왜 영길형 폰이 울리는 거야~~~~하면서 키득키득 댔다.

둘이 먼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난 당시에 미선이가 영길형이랑 대화하려고 도서관 휴게실에서 영길형에게

전화를 해서, 둘이 만나 대화를 했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대화한 후에 시험 공부하러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약 열흘 뒤,

우리 동아리는 한 달에 한번씩 전체 기수가 다 모였다. 그리고 마무리는

항상 술자리였다. 그날, 1차를 마치고 2차로 다 같이

이동하는 길에 미선이가

내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선배, 다 알죠??"

"응, 멀?"

"아 다 알잖아요~~"

"멀?"

"아! 진짜 장난치지 말고!! 알잖아요~~"

"도대체 멀!???"

"저랑 영길오빠 사귀는거요!"

"아!!!!!~~~~"

순간 소리를 질렀다! 진짜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둘이 나이차도 많았고, 무엇보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갑자기 길거리에서 왜 소리를 지르나 날 쳐다봤다.

급하게 미선이가 내 입을 막았다.


"와~ 오빠 진짜 몰랐나보네, 오빠 바보에요?? 눈치가 없는거에요??, 그날

도서관에서 내 폰 1번은 왜 누른거에요? 난 오빠가 눈치채고 우리를 위해서

일부러 모른척 해준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나 진짜 몰랐어, 알았으면 소문 다 내고 다녔지"

"글치, 오빠는 그랬을거야, 사실 반신반의 했어, 이따 2차 가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거에요"


"둘이 사귀는 거?, 왜 몰래 사귀지 비밀 지켜줄께"

"이미 몇몇은 눈치 챘어요, 테이오빠도 알아요"


난 뒤돌아서 테이랑 기석이한테 갔다.

"너네 미선이 연애하는거 알고 있었어?"

"응, 진작에 알았지 많이들 알고 있을껄?"

"왜 난 몰랐지?"

"야 둘이 그렇게 붙어 다니는데, 그걸 왜 몰랐어?, 너도 알고 있는줄 알았지"

"......"


그렇게 그날 99학번과 07학번의 열애 사실을 공개했고, 많은 환호와 지지를 받았다.

난 동기들한테 두고두고 바보로 놀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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