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그날의 술자리의 가장 큰 소득은 이현씨의 연락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과일의 대부분을 챙겨서 학교로 갔다. 엄마는 과일을 왜 가져가냐고 했다.
친구들이랑 먹을거야 하고 둘러댔다.
이현씨에게 연락해서 집앞에 잠깐 나오라고 해서, 과일만 주고 간단한 스몰토크 후 헤어졌다.
뒤돌아오면서 스스로를 멋지다고 뿌뜻해했다.
소희,이현,지연씨들은 나를 이름대신 "청년"이라고
불렀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지연씨한테 물어봤는데
그냥 청년같은 느낌이라서 부른다고 했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현씨와 종종 문자를 주고 받았다. 특별한 것은 없었고,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너무 들이대지는 않으려고 했다. 이미 소문이 다 났으니, 오히려 두려움이 없어졌고, 막연하게
시간의 나의 편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00학번 선배들과 소희,이현,지연씨들이 술자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현이형한테 나도 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거절의 답변을 들었다.
"너가 오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다. 넌 다음에 와라"
"네? 왜요? 무슨일있어요?"
".....다음에 말해줄께 암튼 이번엔 오지마"
"네 다음번엔 꼭 불러주세요"
기분이 안 좋았다. 군대에 있는 친구들 생각이 났다. 친구들이 있었다면 엄청 놀려대거나, 도와주거나 했을텐데... 차라리 창피하더라도 놀림을 받는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먼가 소외받는 느낌이 강했다.
그냥 집에 갈까 했다가, 발걸음을 이현씨 집앞으로 돌렸다. 무작정 집앞에서 기다렸다.
이현씨의 집은 학교에서 10분 거리였다. 서교동의 빌라촌과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집앞 바로 앞에 버려지는 옷 수거함에 기대서 2시간을 기다렸다.
당시 계절이 가을이었던 같다. 기다리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기다리면서 편지도 썼다. (지금 가끔 저 편지를 생각하면 이불킥을 한다)
멀리서 이현씨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뛰었다. 놀래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인사해야지 하고, 나서려는데
깜짝 놀랐다. 옆에 강남길 선배가 있었다. 둘이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강남길 선배는 175cm의 마른 체격에
수염을 살짝 기른 일본사람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선배였다. 말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놀란 나는 다시 옷수거함 옆으로 숨었다.
강남길 선배는 이현씨 집앞에서 가볍게 인사하고는 돌아갔다. 이현씨가 빌라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을때
전화를 했다. 이현씨가 받았다. 그리고 놀라지 말라고 하고 뒤를 돌아봐달라고 했다.
나를 보고 이현씨는 놀랐다. 편지만 주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편지를 건네고 떠났다. 할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았다. 강남길 선배 얘기를 하면 먼가 무서운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말없이 주고 떠났다.
이현씨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냐고 물었다. 2시간 정도라고 답변만 하고 잘 들어가시라고 하고 떠났다.
다음날 태현형이 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