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가장 기억나는 것중에 하나는 미팅이다.
친구들이 다들 발이 넓었다. 서로가 경쟁적으로 미팅을 섭외해왔다.
4대4 미팅이 공식화 되었다. 이상하게 여대랑 많이 했다.
미팅을 하도 하다보니 우리끼리 프라이빗하게 하고 싶어서, 단골 술집 사장님의 3층 개인공간을
빌려 우리의 아지트 겸 미팅장소로 활용했다. 물론 술과 안주를 무지 팔아드렸다.
몇년에 한번씩 학교앞을 찾게 되면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힐끗 보게 된다.
어색한 미팅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술게임 만한 것이 없다. 대략 7~8가지의 술게임을 일단 한 바퀴돌고 시작했다. 아이엠그라운드는 기본이고, 만두게임, 눈치 게임, 경마장, 바보게임 등 자연스럽게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게임에 걸린 사람은 벌칙으로 일명 "소맥콜"이라 불리는 소주와 맥주 콜라를 섞은 술을 마셨다.
우리는 일부러 처음에는 져줬다. 여성분들이 게임에 이겨야 분위기도 살고, 젠틀맨의 매너랄까
미팅멤버 4명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주선자 친구한테 엄청 아부를 해야했다. 내가 술이 약해서 미팅때 정신을 못차린 적이 몇번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취하지말라고, 게임 잘하라고 다짐 또 다짐을 해야 껴줬다.
난 미팅전에 나름 꾸민다고 전날에 머리를 잘랐다. 주선자한테 또 혼났다. 앞으로 절대 미팅전에 머리 자르지말라고 했다. 최소한 2주전에 자르라고 했다. 그 친구는 얼굴도 잘 생기고(가수 테이 닮았다) 미팅을 가장 많이 섭외해와서 그 말을 법처럼 따랐다.
나포함 친구들이 경쟁적으로 서로 미팅에 참여하고자 열을 올릴때, 유일하게 별 관심없이 일찍 집에가거나, 참석해도 열정적으로 놀지 않는 한명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인배였다.
이름 대신 대인배로 불리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도 친구들은 이름대신 대인배로 부른다.
1학년 여름방학 중간에 친구들이 전부 모인날이 있었다. 그날 그 친구가 조금 늦었다. 늦은 이유는 종로토익학원을 여름방학 특강으로 3달치를 등록했다고 했다. 근데 PC게임에 빠져서 등록만 해놓고 다니지 않다가 우리 모임날 오랫만에 가봐야 겠다고 해서 학원갔다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우리는 왜 가지도 않는 학원을 하필이면 모임때 갔냐고 놀렸다. 그 친구도 지금 환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계속 학원을 빠질 것 같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제안을 했다. 남자답지 못하게 환불을 하면 소인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다니면 중인배, 환불도 안하고 학원도 안다니면 대인배라고, 결국 그는 대인배가 되었다.
대인배는 몇가지 특징이 있었다. 세상 소식을 잘 몰랐다.
PC게임에만 몰두해서 뉴스나 슬롯이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맨유 감독 퍼거슨도 몰랐다.
그 친구가 자주 입었던 옷이 지금도 기억이난다. 황토색에 SEA BEE 라고 프린팅 된 상의를 자주 입었다.
그래서 한때 별명이 "바다벌"로 불렸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연이 있었다. 대인배는 강원도 인제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초등학교 졸업때까지 자랐다고 했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1시간 거리라고 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혼자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그때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오셔서 우산을 씌워줬는데 본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사일 때문에 올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학교앞에서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았다가, 중간에 인적이 드문곳에서 하늘을 보며 엄마엄마 외치면서 울며 집에 왔다고 했다.
친한 대학교 친구중에 한명이었던 대인배가
훗날 내 인생을 바꾼 친구가 될지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