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챗지피티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서루'라는 코알라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어서 '소라'를 활용해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그러다 '서가에 깃들여 사는 코알라의 좌충우돌 독서기'라는 주제로 유튜브까지 개설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 도전은 유튜브를 개설한 지 다섯 달 만에 멈추고 말았다. 동영상을 인공지능 '소라(SORA)'를 이용해 만들고 있었는데 오픈AI에서 '소라' 서비스를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햄릿의 대사를 읊조리며 며칠을 고민하다 서루와는 작별하기로 결정했다. 챗지피티가 '소라' 대신으로 권해준 몇몇 앱을 실행해 봤지만 예전의 서루를 되살릴 수는 없어서였다. 귀여우면서도 몽글몽글한 서루의 모습을 여타의 앱들은 끝내 구현해내지 못했다. 어린이날. 서루의 마지막 영상을 내보냈다. 유튜브를 찾아 주었던 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작별을 고했다. 한동안 현실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냈다. 하지만 아쉬움까지 털어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서루를 이모티콘으로 제작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이모티콘으로 제작한다면 또 다르게 서루를 세상에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도전했다. 카지노 이모티콘 만들기에.
카지노 이모티콘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알 수 없어 이번에도 챗지피티에게 도움을 청했다. 챗지피티는 그에 관한 절차를 8단계로 나누어 알려 주었다.
1단계는 캐릭터와 콘셉트 정하기, 2단계는 이모티콘 종류 선택하기, 3단계는 시안 제작하기, 4단계는 규격 맞추기, 5단계는 카지노 스튜디오 가입하기, 6단계는 제안서 작성하기, 7단계는 심사, 8단계는 승인 후 상품화.
1단계는 서가에 사는 코알라 '서루'라는 캐릭터가 이미 있으므로 염려할 것이 없었다. 콘셉트는 바카라으로 기분을 표현하는 것으로 잡았다. 2단계는 5가지 이모티콘(멈춰있는 이모티콘, 움직이는 이모티콘, 큰 이모티콘, 멈춰있는 미니 이모티콘, 움직이는 미니 이모티콘) 중에서 한 가지를 정해야 했다. 챗지피티는 처음에는 대체로 멈춰있는 이모티콘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조언에 따라 멈춰있는 이모티콘으로 응모를 결정했다.
3단계, 4단계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시안을 카지노에서 요구하는 규격에 맞추는 것이었는데 이는 챗지피티가 만들어준 이미지를 캡처 도구를 활용해 편집하면 되는 것이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5단계는 '카지노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가입하는 것이었다(카지노 이모티콘 스튜디오). 이는 카지노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어 이 또한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6단계는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제안서에는 기본 정보(시리즈명, 이모티콘명, 이모티콘에 관한 설명)와 32개의 이모티콘 이미지, 대표 이미지와 아이콘 이미지를 각각 하나씩 올리면 되었다. 이 또한 편집한 32개의 사진을 바탕으로 작성하면 되는 것이어서 어렵지 않았다(7단계와 8단계는 제안자의 영역이 아니므로 사실상 6단계까지가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챗지피티가 맨 처음 만들어준 시안은 단순하면서도 과장된 것이었다. 귀여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어서 '서루' 사진을 올려 시안을 다시 요구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시도 끝에 마침내 서루 원모습에 가까운 이모티콘이 탄생했다.
카지노 이모티콘 출시 절차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하지만 이모티콘을 응모하고 난 뒤,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쳤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바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로 제작한 이모티콘은 응모를 제한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이 멀어 미처 공지사항을 챙겨 읽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카지노 측은 공지사항에서 아직 국내에서는 생성형 AI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를 논의 중이고, 특히 생성형 AI가 타인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해 만들어낸 결과물은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므로 법적 분쟁을 우려해 제한한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어도 덤벙대는 건 여전한 스스로를 탓하며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심사하는 이들에게도 쓸데없는 수고를 하게 해 미안했다(이 자리를 빌어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공지를 접하고 난 후 서루 이모티콘을 휴대폰 사진함에 모두 내려받았다. 그러고는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는 방식으로 나눔을 했다. 다행히 지인들은 서루가 귀엽다며 사진을 내려받아 휴대폰 세상에서 서루를 노닐게 해 주었다.
비록 카지노 이모티콘으로 탄생하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서루는 이모티콘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서루는 휴대폰 세상 속에서 자신의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