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파동 2 — 작품보다 먼저 반응한 마음에 대하여
나는 왜 그 그림 앞에서 멈추었을까
무의식의 파동 2 — 작품보다 먼저 반응한 마음에 대하여
어떤 그림 앞에서는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아니고, 작품에 관한 설명을 읽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렵다. 낯선 색채 하나가 오래전 기억을 건드리고, 거칠게 긁힌 선 하나가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불러낸다.
왜 하필 그 작품이었을까.
내가 작품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작품이 먼저 나를 불러 세운 것일까.
“작품은 캔버스 위에만 존재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의식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가?”
작품은 눈앞에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평온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불안해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전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떠올린다.
작품은 하나인데 반응은 모두 다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눈이 선택한 것일까, 무의식이 선택한 것일까
포럼에서는 한동안 작품을 말없이 바라보는 짧은 감상 실습을 진행했다.
작품의 의미를 분석하지 않고, 미술사적 지식을 동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과 형태, 마음에 걸리는 이미지,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살펴보았다.
“어떤 부분이 가장 먼저 보였습니까?”
“그것을 바라볼 때 어떤 감정이 생겼습니까?”
“그 이미지와 연결되는 기억이 있습니까?”
처음에는 대부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는 작품을 보면 곧바로 ‘좋다’, ‘어렵다’, ‘아름답다’와 같은 평가부터 내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단을 잠시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것이 나타난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 이유 없는 친밀감, 잊고 있던 장면, 마음 한쪽에 감추어 둔 욕망과 두려움이 떠오른다.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의식은 작품을 해석하지만, 무의식은 작품에 먼저 반응한다.
서도호 작, 타임스퀘어 설치 작품
눈이 작품을 고른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내면 깊은 곳에 있던 기억과 감정이 자신과 닮은 이미지를 알아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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