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을 닮은 '가상 쌍둥이'가 나를 바라볼 때

오늘, 어떤 기억을 어떻게 돌보고 있습니까?

by김남효 Jeff 지민

"상상해 보세요.


나를 똑 닮은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가 갤러리 한편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내가 과거에 무심코 찍었던 빛바랜 사진, 유년 시절의 서툰 목소리, 심지어 나조차 잊고 지냈던 어릴 적 꿈까지… 이 모든 것들이 차가운 데이터가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가상 존재가 되어 지금 내 감정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겁니다. 이제 기억은 더 이상 내 머릿속에만 갇혀 있지 않아요. 디지털 아카이브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확장되며,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더 선명하게 '살아' 숨 쉬고 있죠. 이 순간, 우리는 고정된 자아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기술과 인간이 함께 엮어가는 유동적인 세계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오늘, 어떤 기억을 어떻게 돌보고 있습니까?"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러는 기술을 두고 ‘기억의 외부화’라는 멋진 말을 남겼어요. 인간은 태초부터 기억을 몸 밖으로 꺼내왔다는 거죠. 구석기 동굴에 새긴 손바닥 그림부터 스마트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클라우드에 쌓이는 무수한 데이터까지 모두 우리 기억의 '보철(의수·의족)'인 셈입니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 세상을 보면 조금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우리의 정신을 산산조각 내고, 소중한 추억마저 '클릭 수'나 '좋아요' 같은 돈 버는 데이터로 환원해 버리니까요. 성찰은 사라지고 순간적인 자극만 남은 시대, 기억이 살아있는 유산이 아니라 상업적인 '기억 은행'에 저축된 숫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지만 스티글러는 기술이 독(Poison)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약(Medicine)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관건은 우리의 태도예요. "이 차가운 기술을 그냥 수동적으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어루만지고 재창조하며 돌볼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트윈과 아카이브 아라는 마법 같은 예술적 실천이 시작됩니다.


장자의 나비 꿈, 가상 공간에서 깨어나다


이 유동적인 기억과 정체성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미국의 미디어 철학자 N. 캐서린 헤일스의 사상과 동양의 오랜 지혜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집니다.

헤일스는 정보와 신체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해요. 컴퓨터 코드와 데이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몸의 연장선이라는 거죠.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나를 정밀하게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현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되어가는(becoming)' 존재론을 보여줍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걸까요, 아니면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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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예술의 근원적인 힘을 스토리텔링에 담아내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화가(A Story-Creating Painter)',감정과 사유의 깊이를 시각 및 언어로 풀어내는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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