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가 아닌 '선택', 지난 1년

출간 기획서 작성을 마무리하며

by글터지기

어제 일요일,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 원고의 '출간기획서'를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출간기획서를 마무리했다고 원고를 다시 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문장 안에도, 꼭지와 꼭지 사이에도 중복된 내용이 보입니다.

말맛이 살아나지 않는 문장도 여전히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도 코칭을 맡아주시는 '사랑주니'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 고치려고 하지 말고, 중복된 것이 있거나 불필요한 문장만 삭제해 보세요."


이제는 더 채우는 일이 아니라 덜어내는 일이 남은 모양입니다.


작년 9월 시작한 원고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도

1/12만큼 더 나아간 시점에야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커피 바카라방을 만들었습니다.

원고를 쓰고 고치고 다시 엎었습니다.

전자바카라이라는 것도 발행해 놓고 3개월 만에 중단했습니다.


시도했던 일 가운데 중도에 접은 것도 있었습니다.

끝까지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별다른 결과가 없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반면, 계획에도 없던 일이 어느 날 불쑥 삶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무엇을 완성한 시간이라기보다

무엇이 내게 남는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실패라고 여겼고,

애써 시작한 일을 내려놓는 것은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가야 할 일이 있고, 중간에서 내려놓아야 할 일도 있습니다.

내가 시작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일이 있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일도 있습니다.


시도하다 그만둔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고,

그만두었기 때문에 다른 일을 시작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쩌면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완주'가 아니라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계속할 것인지.

무엇을 그만둘 것인지.

무엇을 새롭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 선택들이 쌓이는 동안 커피 바카라방이 생겼고,

사람을 만났고, 다시 바카라을 읽었고,

새벽이면 바카라방 불을 켜고 앉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이 원고가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

처음 제목을 정했을 때보다 지금 이 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저는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방향을 바꾸기도 했고, 멈추기도 했습니다.

가던 길을 버리고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모두 제가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반듯하게 걸어야만 길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해내야만 의미가 남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그만둔 일도, 새롭게 시작한 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도

결국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원고를 붙잡고 더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조금씩 손을 놓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여기겠습니다.


햇살 가득한 창가의 창작 카페 작업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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