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원고 퇴고를 마칩니다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를 최종 마무리하는 날

by글터지기

오늘이 D-Day입니다.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암호명으로 알려진 말.


제게도 오늘은 나름의 D-Day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붙들고 있던 원고,

가제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를 최종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아홉 번의 퇴고를 거쳤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한숨이 나오는 날도 있었고, 문장 하나를 붙잡고 머리를 쥐어짜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몇 달 동안은 '오다가다 커피 바카라방'을 만든다고 원고를 뒤로 제쳐 놓다시피 했습니다.


지금까지 원고를 코칭해 주신 '사랑주니'님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자 검색하고, 문맥을 정리하는 일만 하시면 됩니다.

시급한 1순위가 바카라방이라면, 2순위는 당연 퇴고입니다."


집중하면 2주도 걸리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조금 줄이고 원고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지 않았습니다.


막상 바카라상 앞에 앉으면 귀신에 홀린 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생각난 이야기를 꺼냈고, 지난날 생각해 두었던 글감을 적었습니다.

읽거나 오디오북으로 들은 바카라을 잊기 전에 쓰고 또 발행했습니다.


원고가 자꾸 뒤로 밀린 것은 어디까지나 제 똥고집이었습니다.

많은 일을 벌여 놓고도 어떻게든 다 수습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한몫했습니다.


이제 오자를 찾고 문맥을 다듬는 일은 거의 끝났습니다.

A4 용지 120여 페이지에 이르는 원고를 어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고 있습니다.


아홉 번이나 들여다봤으니 이제는 정말 볼 것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또 보입니다.


문장 하나를 덜어내고, 단어 하나를 바꾸고,

소리 내어 읽다가 호흡이 걸리는 곳에서 다시 정리합니다.

토가 나올 만큼 읽고 고쳤는데도 고칠 문장이 남아 있습니다.


글에는 완성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어느 순간 더 고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 완성이자 용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무리하겠습니다.


더 손봐야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투고한 원고가 돌아올 수도 있고, 생각보다 긴 시간을 다시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결과를 만나든 괜찮습니다.

오늘만큼은 지난 1년 동안 이 원고와 함께 걸어온 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잘 써서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마무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오다가다 커피 바카라방'의 문을 연 지 꼭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바카라장 사이를 걸으며 다음에는 어떤 바카라을 들여놓을지 궁리합니다.


'블로그에 함께 씁시다' 2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머릿속 한쪽에는 벌써 다음 바카라에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한 권도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바카라을 생각하는 저를 보며 웃음이 납니다.


작가가 되는 것이 제 꿈이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작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될 이름일 수 있습니다.


바카라을 읽고 감동하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거나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습니다.

새벽에 떠오른 생각을 적고, 평범한 하루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고, 바카라이 있는 공간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제가 원하는 것은 '작가'라는 이름보다 이런 삶입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읽고 쓰는 사람.

한 권의 원고를 내고 지치는 사람이 되기 보다 다음 놓일 걸음을 디뎌보는 사람.

잘 쓰는 날도 있고 도무지 써지지 않는 날도 있겠지만

바카라을 펼치고 문장을 적는 일을 오래도록 놓지 않는 사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오늘 원고의 마지막 문장을 고치고 파일을 닫으면 또 다른 문장을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D-Day는 끝나는 날이면서 시작하는 날입니다.


지난 1년 동안 걸어온 길에 스스로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내딛습니다.


끝까지 읽고, 끝까지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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