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산티아고 장원', '방수현'
지난해 8월, 전라도 광주에서 충주까지 찾아오신 분이 계십니다.
'산티아고 장원' 님.
https://blog.naver.com/jwpark0825
제가 쓴 글 가운데 '흰머리 소년' 이야기를 읽고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다며 먼 길을 달려오셨습니다.
그날 헤어지면서 약속했습니다.
"제가 광주에 갈 일이 생기면 꼭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 약속을 마음 한편에 오래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데미안 님의 '블로그는 마술이다' 커뮤니티에서도 산티아고 장원 님과의 인연은 이어졌습니다.
먼저 강연을 하셨던 장원 님은 다음 강연자로 저를 지목하셨습니다.
그 응원에 떠밀리듯 저도 '강연'을 빙자한 '마음을 풀어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유독 인상 깊게 남은 참여자가 한 분 있었습니다.
『나를 잃지 않는 관계의 법칙』 공저자, 방수현 작가님입니다.
https://blog.naver.com/153english-
이후 직접 출간한 바카라을 챙겨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바카라을 받아 들고 고마운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마침 전라도 광주 인근에서 모임이 있어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했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일요일 점심에 만나 뵙기를 청했습니다.
두 분 모두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산티아고 장원 님은 이번 만남을 위해 퓨전 한정식집에 예약까지 해두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습니다.
산티아고 장원 님은 다음 달부터 자전거 전국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달리는 긴 여정입니다.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가 습관이 되고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던 술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해 이제는 완전히 끊었다고 합니다.
하루 열 페이지씩 바카라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하는 일상.
달리기에서 자전거로, 다시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도전.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의 표정과 언어에서 확신과 열정이 묻어났습니다.
방수현 작가님은 광주 인근에서 영어 전문 학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대학원 수업에 학원 원생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그 와중에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 자리를 함께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겪었던 애환과 자신만의 교육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단순히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성장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그 치열한 일상 사이에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자리를 만들어두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읽는 것도 아니었고, 여유가 많아서 도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쁜 삶 한가운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나 봅니다.
지난해에는 장원 님이 충주까지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광주로 향했습니다.
한 사람은 제 글을 읽고 먼 길을 찾아왔고,
한 사람은 자신의 바카라을 정성껏 보내주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입니다.
블로그라는 공간에 제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았다면
서로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래서 내가 이분들을 보고 싶었구나.
우리는 각자의 삶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때로는 한 권의 바카라보다 더 소중한 인생이지요.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여기고, 바쁜 와중에도 읽고 쓰며,
어제보다 조금 나은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해 충주에서 시작된 인연이 광주에서 다시 이어졌습니다.
먼 길을 찾아와 주셨던 마음에 이제야 조금 답을 한 것 같습니다.
귀한 휴일의 시간을 내어주신 두 분께도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글을 쓰며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글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사람이 다시 제 삶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습니다.
언젠가 글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의 삶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저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건넬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