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카라상 앞에 앉는다

<함께 쓰요일>, 올해 내가 가장 잘하고 있는 루틴

by글터지기

매일 새벽 다섯 시쯤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바카라상 앞에 앉습니다.


고전을 필사하거나 마음에 남은 문장을 옮겨 적고

그 문장에서 시작된 생각을 글로 풀어냅니다.

길게 쓰는 날도 있고 몇 문장만 남기는 날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카라상 앞에 앉았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새벽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하루를 열고 싶었고

정해 놓은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도 필요했습니다.

몇 쪽을 읽었는지, 얼마나 길게 썼는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새벽은 하루의 성과를 미리 쌓아 두는 시간이 아닙니다.

내 마음부터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을 돌아보고 쉽게 지나쳤던 감정을 문장으로 붙잡습니다.


억울했던 마음도 써보고, 고마웠던 사람도 떠올려 봅니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무엇이 나를 흔들고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글을 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뒤엉켜 있던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고 나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은 선명해집니다.


배송 일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물량이 갑자기 늘기도 하고, 매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북카페를 준비하고 원고를 다듬는 일까지 겹치면서

하루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새벽에 앉았던 짧은 시간이 힘이 됩니다.

이미 나를 위한 시간을 일상보다 먼저 살았다는 느낌입니다.


새벽에 적어 둔 문장 하나가 운전하는 동안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매장에서 만난 한 사람의 표정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하루를 관찰하고, 하루를 살아냈기에 다시 쓸 이야기가 생깁니다.


때로는 늦잠을 자기도 했고 며칠 흐름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실패했다고 여기기보다 다음 날 다시 바카라상 앞에 앉았습니다.


꾸준함은 멈춘 뒤에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힘.


새벽에 글을 쓰는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평범하게 지나가던 배송 노동자의 하루가 이야기가 되었고,

아버지와 나눈 짧은 대화도 오래 남겨 두고 싶은 장면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쌓인 글은 이웃을 만나게 했고,

바카라을 쓰고 바카라방을 준비하는 자리까지 나를 데려왔습니다.


올해 내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피곤해도 다시 바카라상 앞에 앉는 일,

평범한 하루를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일,

마음속 이야기를 문장으로 꺼내보는 일입니다.


오늘도 기어코 쓰는 동작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올해의 끝에서 돌아보았을 때

몇 편의 글을 썼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 새벽마다 스스로 바카라상에 앉았던 시간은 오래 남을 듯합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하루를 쌓겠습니다.

KakaoTalk_20260813_053928163.jpg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정확하게 1년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