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1년 걸렸습니다

끝과 시작이 나란히 놓인 아침

by글터지기

정확하게 1년이 걸렸습니다.

바카라을 쓰겠다고, 겁도 없이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가제,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


그동안 원고를 여덟 번 고치고 다시 쓰고 수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탈자를 확인하고 문맥을 살피는 일만 남았습니다.


A4 용지로 출력해 보니 112페이지.

이제 눈이 빠지도록 다시 읽는 일이 남은 셈입니다.

프롤로그도 다시 손봐야 하고, 에필로그를 넣을 것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코칭을 받고 있는 '사랑주니'님과 어제 줌 미팅을 했습니다.

일곱 번째 수정까지도 분명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 여덟 번째 수정에서 가장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한시름 놓였습니다.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말을 원고 안에 쏟아 놓았다면,

이번에는 독자가 읽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다듬었습니다.

읽는 사람의 자리에서 문장을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출력한 원고를 바카라상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봅니다.


지난 1년의 시간과 살아오며 만났던 시련,

곁을 지나거나 머물렀던 수많은 인연이 떠오릅니다.

그 사이 쌓인 생각과 글도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원고에 담긴 것은 문장만이 아니었습니다.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시간과 그때마다 붙잡았던 마음이었습니다.


더 묘한 것은 원고를 마감하는 시점입니다.


원고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지금,

'오다가다 커피 바카라방'도 문을 열 준비를 마쳐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이어온 필사 역시 곧 120일을 채웁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한 세 가지 일이 비슷한 시기에 하나의 마침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시기가 절묘합니다.


바카라을 쓰고, 문장을 필사하고, 바카라이 머무는 공간을 준비해 온 시간이

마치 오래전부터 하나의 길을 향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때는 각각 다른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했고,

필사를 하며 생각을 다듬었고,

이제는 그 마음과 생각을 사람들과 나눌 공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은 바카라 한 권을 쓰는 시간이면서

앞으로 살아갈 자리를 조금씩 마련해 온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새벽은 마음이 벅차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끝이 보인다고 해서 마지막 걸음을 서두르고 싶지 않습니다.


방향이 정해지면 빨리 결론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바카라방의 문을 여는 날과 원고를 마치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얼른 끝내고 싶다는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마지막일수록 천천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원고를 고치며 배웠습니다.


한 문장을 더 들여다보고,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겠습니다.


덜어낼 말은 없는지, 부족한 마음은 없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에필로그 역시 바카라을 끝내기 위해 억지로 붙이는 글이 아니라

정말 건네고 싶은 말이 생겼을 때 쓰겠습니다.


바카라방도 원고도 필사도 끝을 향하고 있지만

지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자리일 것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흔들리며 걸어온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또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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