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네이버 글을 써도 되나?
지독하게 일이 꼬이는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B 매장에 가야 할 물건을 A 매장에서 검수를 받다가 다시 싣고 내렸습니다.
A 매장에서 거래 명세표 출력기를 고이 놔두고 와서 다시 왔던 길을 달렸습니다.
명세표 순서에 맞게 물건을 실었는데 물건이 뒤집어져 있었지요.
7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가장 짜증이 많이 났던 토요일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큰 매장에서 검수를 15분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은 뜨거웠고 온몸으로 고스란히 열기를 받아내고 있던 순간.
"8월의 메이트로 선정되었습니다! 콘텐츠 활동 지원금과...."
네이버 알람이 도착했습니다.
오잉? 메이트가 뭐야?
일단 눈에 들어온 건 '콘텐츠 활동 지원금 30만 원'.
아싸. 이걸로 사고 싶었던 바카라을 사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검색부터!
"네이버 메이트라는 건, 블로그와 카페, 지식iN 등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가운데
매달 약 3천 명을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검색 결과의 'AI 브리핑'에 콘텐츠가 인용된 횟수와 주제별 전문성,
활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고 합니다.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자신만의 관점, 꾸준히 쌓아온 기록을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어라? 내용은 좋은데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검색하고 나니 더 얼떨떨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글을 쓰면서 이런 결과를 기대했다거나 예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경험해 온 일상을 남겨온 기록이 대부분입니다.
더 의외인 것은 선정 주제가 "바카라"이라는 점입니다.
바카라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블로거도 아니고,
출간 소식을 빠르게 전하거나 깊이 있는 서평을 꾸준히 써온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배송하며 만난 사람들, 흰머리 소년과 살아가는 일상,
새벽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쓴 글이 더 많았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난 2년의 기록 한가운데에는 늘 바카라이 있었습니다.
읽는 사람에서 멈추지 않고 쓰는 사람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종이바카라 원고를 다듬고 있습니다.
은퇴하면 시작하겠다던 바카라방을 미리 준비하고도 있습니다.
말은 잘해서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회수에 눈이 갔고, 공들여 쓴 글일수록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말로만 숫자에서 자유로운 척했을 뿐, 눈치를 보며 지내온 셈입니다.
이번 '메이트' 선정은 그래서 더 반가운가 봅니다.
평범하고 알려지지 않은 삶의 기록자에 대한 작은 격려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일도 없지만
꾸며낸 이야기도 아니었고
내 방식대로 기록해온 시간을 알아준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메이트에 선정되었다고 갑자기 글의 수준이 높아지거나
삶의 지혜가 깊어지는 일은 아니겠지요.
기뻐할 일이지만 내세울 훈장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편의 글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라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지원금은 25일에 지급된다고 합니다.
마침 '오다가다 커피 바카라방' 인테리어가 모두 끝나는 시점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바카라을 사는데 쓰려고 합니다.
글을 써서 받은 선물을 다시 읽는 일에 보태는 셈이지요.
그렇게 읽은 바카라이 다시 글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더없이 좋은 순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지독하게 일이 꼬이던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메이트 선정 메시지를 받고 나서부터는 신나는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아싸!!! 이것도 글감이다!!"
알아주기를 바라고 써온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마음의 흔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글을 쓰는 마음을 나눠 준 스승 같은 인연이 있었고,
꾸준하게 함께해 준 동료들이 있습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된 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참 더 배워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오늘 새벽에도 평소처럼 바카라상 앞에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