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요일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일흔 살의 나에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니?
쉰셋의 나는 아직 네 얼굴을 짐작하지 못하겠어.
머리는 얼마나 희어졌는지, 걸음은 얼마나 느려졌는지,
여전히 새벽이면 바카라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어.
돋보기안경 너머로 작은 글씨를 읽으며 가끔 긴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
신선식품을 싣고 매장을 오가며 일하고, 틈이 생기면 원고를 고치고 있어.
오래 품어온 바카라 한 권을 세상에 내놓으려 애쓰고 있지.
마음지기와 함께 '오다가다 커피 바카라방'이라는 작은 공간도 준비하고 있어.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하루는 짧고,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을 때도 늘었어.
아직은 새로운 일을 꿈꾸고 있어.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야.
일흔의 너는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니?
그때 참 무모했다고 웃고 있을까.
아니면 늦었다고 생각했던 쉰셋이 사실은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나이였다고 말해주고 싶을까.
바카라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니?
오가던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 커피를 마시고,
바카라장을 넘기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니?
많은 돈을 버는 곳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지친 하루를 잠시 쉬게 해주는 곳으로 남아 있다면 좋겠다.
혹시 그전에 문을 닫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
문을 열어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을 너는 분명히 보았을 테니까.
성공했는가 보다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했는가를 기억해 줬으면 해.
쓰고 있던 바카라은 세상에 나왔니?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묻지 않을게.
단 한 사람이라도 그 바카라을 읽고 자신의 흔들리는 걸음을 조금 덜 부끄러워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설령 기대만큼 읽히지 않았더라도 괜찮아.
쉰셋의 나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부끄럽지 않게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남기기 위해 쓰고 있으니까.
일흔의 너도 계속 글을 쓰고 있으면 좋겠다.
완성된 문장보다 살아 있는 마음을,
평범한 하루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으면 해.
글을 잘 쓰기 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어.
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사람과 연결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해.
흰머리 소년과 함께하는 시간도 자주 떠올려 주면 좋겠다.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일,
지팡이를 짚고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던 모습,
식탁 위에 놓인 보리 건빵과 집 안을 채우던 헤이즐넛 커피 향까지.
언젠가는 그 평범한 장면들이 몹시 그리워질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어.
곁에 있을 때 조금 더 다정하지 못했던 날이 떠오르더라도 자신을 너무 오래 탓하지는 마.
무뚝뚝했지만 사랑했고, 서툴렀지만 곁을 지키려고 애썼으니까.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잘 걷고 있니?
아들과 딸이 힘든 날이면 여전히 너를 찾아오니?
그들이 찾아왔을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버지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쉰셋의 나는 이제야 사랑한다는 것이
저마다의 걸음을 믿고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
마음지기와는 여전히 함께 걷고 있니?
바쁘다는 이유로 고마움을 미루지는 않았으면 해.
바카라방을 준비하며 나누었던 수많은 걱정과 설렘을 기억해.
서로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힘든 날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일흔의 너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
지나온 삶을 실패와 성공으로만 나누지 말자.
직업군인으로 살았던 시간도, 진급에서 밀려나 길을 잃었던 순간도,
술과 후회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날도,
다시 일어나 배송 일을 시작한 시간도 모두 너를 만든 길이었어.
반듯하게 걸은 날보다 비틀거리며 걸었던 날이 더 많았지만, 그 흔들림까지 품고 여기까지 왔잖아.
일흔이 되어서도 이루지 못한 일이 남아 있다면 조급해하지 마.
쉰셋의 나도 여전히 늦었다는 마음과 싸우며 새로운 문을 열고 있어.
열일곱 해가 더 흘렀다고 해서 삶의 모든 답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 거야.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다시 시작해.
천천히 걸어도 좋아. 자주 쉬어도 괜찮아.
다만 마음까지 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바카라을 반가워하고, 낯선 사람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별일 없는 하루에서도 한 줄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사람으로 살아줘.
가끔은 쉰셋의 나를 떠올려 줬으면 해.
무거운 물건을 맨손으로 나르면서도 글 한 줄을 생각하던 사람.
피곤한 밤이면 쓰러지듯 잠들었다가도 새벽이면 다시 바카라상 앞에 앉던 사람.
두렵고 벅차면서도 작은 바카라방의 문을 열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람.
나는 지금 너에게 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내고 있어.
네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라지는 않아.
지나온 나에게 "그 정도면 잘 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행복한 날만 살지는 못했더라도 자신의 몫을 다했고,
사랑해야 할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해.
그곳에 먼저 도착한 네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라.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도 결국 너의 길이 된다고.
흔들리는 걸음으로도 충분히 여기까지 올 수 있다고.
나는 그 말을 믿으며 오늘도 한 걸음 더 걸어볼게.
2026년의 어느 새벽,
쉰셋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