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원고가 나를 길들인다

의기소침했던 장면도 내 삶의 일부

by글터지기

며칠 전, 종이바카라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 6차 퇴고본을

코칭해 주시는 빨간펜 선생님 '사랑주니'님께 보내드렸습니다.


내심 '이 정도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고를 보내고 나면 늘 설렘과 긴장이 함께 찾아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제 드디어 피드백에 대한 초고를 다시 받아들었습니다.

피드백을 한 줄씩 읽어 내려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내 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그동안 여러 번 퇴고를 거쳤고,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족한 부분이 더 선명하게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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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의기소침해졌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바라보던 마음지기가 조용히 말을 건넸습니다.


"급할 거 하나도 없어.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쓰면 되지.

당장 급하게 할 것도 아니라고 당신이 늘 이야기했잖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데 처음에는 '내가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말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최근 모든 결정과 선택의 과정에서 가장 조급했던 사람은 저였습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바카라을 출간하는 사람들을 보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고 조급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나도 빨리 끝내야 하는데.'


남들과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어느새 제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걸음과 비교하며 뛰고 있었습니다.


원고를 다듬고 정리하는 시간이 즐거운 과정이 아니라,

빨리 통과해야 하는 관문처럼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경쟁에 뛰어들어 앞서가야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는 걸 다시 실감한 순간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빠르게 출간한 바카라이 좋은 바카라이라는 법도,

수없이 수정하고, 천천히 발행한 글로 만든 바카라이 부족한 바카라이라는 법도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쓰고 있는 바카라의 제목도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됩니다』입니다.


흔들리더라도 걷는 것이 길이라면,

잠시 멈춰 다시 시작하는 시간 역시 길 위의 한 장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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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7차 퇴고'의 시작이라는 문장을 내려놓고,

첫 문장을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잘못된 문장은 고치고, 부족한 이야기는 채우고,

독자에게 닿지 않는 문장은 과감히 지우고 다시 쓸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원고를 완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고에게 배우는 사람이 되어 보겠습니다.


주말 아침, 오늘 예정했던 일정도 잠시 미뤄두려 합니다.

원고를 다시 출력해 첫 장부터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겠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권고가 많이 읽히는 바카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스스로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글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의기소침했던 마음도 외면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 역시 지금의 저를 만들어 가는 삶의 한 장면이니까요.


흔들리는 마음도 결국 제가 걸어온 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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