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가 납니다 :『파란수영장』, 필이

제게는 '넘사벽'인 이웃 작가님

by글터지기

제 블로그에는 오래전부터 '독립소녀'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이웃이 있습니다.

바로 '필이'님입니다.


https://blog.naver.com/pillsug369


온라인에서 글을 쓰다 보면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자신의 색깔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이님은 늘 특별한 작가였습니다.


이미 『빨간목욕탕』을 출간했고, 작품은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권의 바카라이 독자를 만나고, 다시 배우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통해

또 다른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큰 울림인지 모릅니다.


최근에는 두 번째 바카라 『파란수영장』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사실 저는 누군가를 쉽게 "글을 잘 쓴다"라고 말하는 편은 아닙니다.

글은 취향도 다르고, 문장에도 각자의 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이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늘 같습니다.

'정말 잘 쓴다.'

솔직히 말하면 필력은 이미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작가로서의 능력도, 꾸준히 써 내려가는 열정도 오래전에 제 시야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부러운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더 부러워하는 것은 화려한 문장이라기 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침대 머리맡에 『파란수영장』을 두고 하루에 몇 꼭지씩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좋은 바카라은 빨리 넘기기보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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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이분의 글에서는 늘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뒤흔드는 특별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골목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시장에서 마주치는 사람, 가족, 이웃, 오래된 기억 속 누군가...

쉽게 지나쳐 버릴 이야기들을 붙잡아 따뜻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듭니다.


마음이 가는 글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기 보다,

독자 안에 이미 있던 기억을 문득문득 꺼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저 역시 종이바카라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문장을 고치고, 흐름을 다듬고, 독자의 마음을 생각하며 수없이 퇴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장이 화려한 글보다 오래 남는 글.

지식을 자랑하는 글보다 사람을 품는 글.

읽고 나면 누군가가 떠오르고, 마음 한편이 조금 따뜻해지는 글.

아마 그런 글이 오래 살아남는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란수영장』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배웁니다.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움직이는 글'을 쓴다는 것.


저도 언젠가는 제 글에서 잉크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먼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필이 작가님께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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