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태도

예약 발행에 대하여

by글터지기

어떤 날은 문장이 한 줄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빈 화면 앞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일어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글감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하루에 몇 편씩 써 내려가도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순간을 대비해 글을 쌓아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임시 저장을 해두고, 예약 발행으로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일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을 음성으로 남기거나 짧은 문장으로 기록해 둡니다.

그 순간의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그렇게 남겨둔 글을 오래 저장해 두는 성격은 못됩니다.

얼른 꺼내어 정리하고 발행하는 편에 속합니다.

생각이 떠오른 그때의 온도를, 그때의 마음을 그대로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네다섯 개의 글이 한꺼번에 올라가고,

어떤 날은 아무 글도 남기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물론 일정하지 않은 흐름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양을 해내는 것이 더 꾸준하고 정갈해 보입니다.


제게 꾸준함은 다른 의미인가 봅니다.

하루를 비워내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앉을 수 있는 태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꾸준함의 모양입니다.


그래서 예약 발행을 하지 않습니다.

미리 써둔 글로 오늘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조금 흔들리더라도

지금의 마음은 지금의 시간 안에 두고 싶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은 그 침묵을 그대로 두고,

생각이 넘치는 날은 그 흐름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잘 정리된 문장보다, 조금 어수선한 마음이 더 진짜에 가깝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잘 쓰기 위한 기술 이전에,

지금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태도에 더 가깝습니다.


오늘의 한 줄이 부족해 보여도,

오늘의 한 편이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사실 잘 다듬어진 날은 거의 없습니다.


그날의 마음을 그날의 자리에서 건져 올렸다는 사실,

그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했다는 것으로 이미 충분한 기록입니다.


오늘도 잘 쓰기보다,

지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앉습니다.


5차 퇴고를 마치고 오늘 내일은 잠시 쉬겠습니다.

밀린 독서를 하고, 일기를 정리하고...

그냥 하고 싶은 걸 천천히 하는 날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KakaoTalk_20260506_053750166.jpg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5월을 맞이하는 마음이자 다짐